아이티서 '치안 악화' 항의 시위…경비행기 불태우기도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 혼란 계속…작년 납치범죄 180% 급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갈수록 치안이 악화하고 있는 카리브해 아이티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아이티 곳곳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납치 등 범죄 증가와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에 항의하며 행진했다고 AFP·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규모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일부 지역에선 시위가 격화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티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레카예에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시위대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경찰관 4명을 포함한 5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레카예의 시위대는 인근 공항으로 들어가 미국 선교단체 소속 경비행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가 왜 경비행기를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는 대지진과 허리케인 등 연이은 자연재해와 지난해 대통령 암살 등으로 정국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치안이 더욱 악화했다.
특히 갱단들이 몸값을 노린 납치 범죄를 일삼아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 발생한 납치 범죄는 전년도보다 180% 급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발생 건수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들은 아리엘 앙리 국무총리가 이러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날 포르토프랭스의 한 시위자는 AFP통신에 "총알받이가 되고 납치당하는 것에 지쳤다. 무능력을 입증한 앙리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앙리 총리는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대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총리가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지난해 갱단들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도로 봉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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