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소기업, 서방기업 떠난 러시아서 기회 모색

입력 2022-03-29 13:30
중국 중소기업, 서방기업 떠난 러시아서 기회 모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러시아 자동차의 부품을 제작하고 판매해온 중국인 사업가 리단 씨는 최근 모스크바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그간은 러시아 자동차의 부품만을 취급했는데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산 자동차의 부품도 만들어 팔 예정이다.

리씨는 "러시아에 있는 미국과 유럽 자동차들도 어느 시점에 수리를 해야 할 텐데 관련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산 자동차를 수입해 온 러시아 딜러들은 제재로 인해 이제부터 중국과의 더욱 안정적인 협력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서방 기업들이 떠난 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 속에 맥도널드, 포드, 코카콜라, 이케아, 애플 등 세계적 유명 브랜드들이 러시아에서 잇달아 철수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들을 밀고 있다.

러시아 주재 중국 공자학원의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에 따르면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는 이달 초 현지 중국 기업인과의 회의에서 러시아 시장의 공백을 채울 수 있게 사업 계획을 다시 세우고 위기에 따른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했다.

장 대사는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거대 기업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이 역할을 할 때"라며 "러시아는 지불 수단과 물류 등 모든 채널을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러시아에서 중국 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류윈펑 씨는 서방의 제재로 유명한 서구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중국 브랜드들에 엄청난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중국 위안화로 결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면서 "그러나 서방의 제재로 거래하던 은행에서 달러 거래가 막히자 고객들이 위안화 결제를 지원하는 은행으로 옮기면서 내 사업은 서방의 제재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국영기업이나 대형 은행은 서방의 제재를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SCMP는 전했다.

투자운용사 루미스세일스의 장바오 분석가는 "자동차 부품, 음식, 의료품, 인프라 부품 같은 일부 틈새 분야에서는 러시아 시장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기업들이 철수한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제적 거래를 하는 중국 은행은 어떤 곳이라도 러시아 측의 계좌 개설 신청을 승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내 거래만 하는 일부 소형 은행은 러시아와 특별 거래를 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대형 기업들은 제재를 적극적으로 위반하려고 하는 대신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미국과 동맹의 경고에도 유연한 지불수단과 물류를 확보한 중국의 중소형 민간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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