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윌 스미스 추악한 행동" 비판…징계론도 제기(종합)
"절제력 잃은 자기도취…가족애로 폭행 정당화해선 안 돼"
외신 "시상식 빛바랬다"…일각 '아내를 위한 행동' 옹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 인사들이 28일(현지시간)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시상식 폭행 사건을 공개 비판했다.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배우와 감독들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스미스의 반성을 촉구했다.
스미스는 전날 오스카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시상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탈모 증상을 앓는 자신의 아내(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놀리는 농담을 하자 갑자기 무대에 올라 록의 뺨을 때리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이 사건을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고 비판했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도 '역대 가장 추악한 오스카의 순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스미스의 폭행을 꼬집었다.
코미디언 겸 감독 저드 애퍼타우는 "자기도취이자 절제력을 상실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미스가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 폭행 원인이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을 연출한 랍 라이너 감독은 "스미스의 변명은 헛소리"라고 질타했고, 에미상 수상 경력의 댄 부카틴스키는 "스미스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폭행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아내의 탈모를 놀림거리로 삼은 록의 농담이 수준 미달이었으나 그것 때문에 스미스 폭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BC 방송 '더뷰' 진행자 애나 나바로는 "록의 농담은 저속했지만, 농담과 뺨 때리기는 동일하지 않다. 폭행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코미디계는 동료가 폭행을 당하자 스미스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농담으로 한때 살해 위협까지 받기도 했던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은 "코미디언 폭행은 매우 나쁜 습관"이라며 "이제 우리는 코미디 클럽에서 누가 제2의 스미스가 될지를 걱정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인기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은 "지금 스미스에게는 코미디언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아카데미 회원은 스미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작가 겸 프로듀서 마셜 헐스코비치는 트위터에 "스미스가 아카데미 전체를 망신시켰다"고 썼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스미스 폭행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고,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도 "스미스 사건을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아카데미는 회원 행동 규범에 학대와 괴롭힘, 차별 반대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회원 자격 정지 또는 제명, 오스카상 수상 취소나 후보 자격 상실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AMPAS는 과거 '미투' 사건에 연루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배우 빌 코스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카데미 회원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일각에선 스미스의 폭행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미스 아내와 영화 작업을 함께했던 흑인 여배우 티퍼니 해디시는 "흑인 남성이 아내를 옹호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며 "남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스미스의 폭행으로 이번 시상식의 빛이 바랬고 역대 오스카 시상식 가운데 최악의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비평 코너를 통해 "록의 추악한 농담에 대한 스미스의 폭행은 오스카 방송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며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이미 나빴고, 그 사건으로 더욱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오스카였다"며 이번 시상식을 평가절하했고, 버라이어티는 "스미스 폭행이 오스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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