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반전활동가 현관에 '반역자' 낙서…오물 투척도

입력 2022-03-29 12:11
[우크라 침공] 러 반전활동가 현관에 '반역자' 낙서…오물 투척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반전 활동가와 언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친위 세력의 협박에 시달린다고 영국 BBC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다가 이달 초 문을 닫은 현지 독립언론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의 보도국장이었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지난 25일 텔레그램에 자택 현관 사진 한장을 올렸다.

문 앞에 누군가 가발을 쓴 돼지머리를 놓고 간 것이다. 문에는 유대인을 비하하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베네딕토프는 "그들이 나와 가족을 위협하기로 한 건가"라고 물었다. 그는 모친이 유대계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 각지에서 활동하던 반전 활동가들도 유사한 위협에 시달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활동가 다리야 헤이키넨의 집 현관문에는 '반역자'란 낙서와 함께 알파벳 'Z'가 그려졌고, 퇴비 등 오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Z' 기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국경에 집결한 러시아군 전차와 트럭 등 장비에 그려진 것이 언론에 포착된 것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전쟁 지지의 상징이 됐다.

모스크바의 대학생, 10대 활동가의 집에도 각각 '조국을 배신하지 말라'는 낙서와 Z 기호 등이 그려졌다.

BBC는 언론인과 반전 활동가를 겨냥한 이런 반달리즘(기물 훼손) 행위가 횡행하는 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여론을 억압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징후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에서 전쟁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릴 경우 최장 15년형에 처한다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언론 탄압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반전 활동가 등에는 국가 반역자란 딱지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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