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음주측정 예외?…태국서 또 '유전무죄' 모락모락

입력 2022-03-28 17:52
부자들은 음주측정 예외?…태국서 또 '유전무죄' 모락모락

리조트 소유주, 외제차 몰고가다 전복…경찰 "술냄새 안나 음주측정 안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부유층 인사가 관련된 교통사고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이 또 제기됐다.

부자나 권력자에게는 법 적용이 한없이 관대한 '유전무죄'가 또 한 번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28일 카오솟과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부 휴양지 푸껫의 한 고급 리조트 소유주인 40대 P씨는 지난 24일 남부 팡응아주에서 고급 외제차인 벤틀리를 몰고 가다가 곡선 구간에서 철제 난간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그 충격으로 몇 차례 구른 뒤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섰고, 이윽고 불길에 휩싸였다.

P씨와 같이 타고 있던 친구 3명은 차에 불이 붙기 전에 빠져나왔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현장에 온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되자 관할 경찰서는 페이스북에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뒤 P씨 등 4명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했지만, 술 냄새가 나지 않아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상자와 사망자도 없고 피해를 본 제삼자도 없는 만큼, 이번 경우는 음주 측정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P씨는 부주의 운전으로 공공 기물을 파손한 혐의만 인정돼 1천밧(약 3만6천)의 벌금만 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관들이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는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P씨 일행을 의도적으로 도운 것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또 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있건 없건 간에 경찰관들은 운전자의 음주운전 여부를 조사할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태국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정을 하다 적발된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2만밧(약 18만~72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며, 최소 6개월간 운전면허가 정지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또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해있을 경우, 보험사는 음주 측정 결과를 요구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P씨는 1년 전에도 푸껫에서 차를 몰고 가다 전봇대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었던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언론은 당시에 경찰이 P씨에 대해 음주운전 검사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경찰이 부유층 또는 권력자들에 대한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판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표적 사례가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 손자의 뺑소니 사망사고 처리다.

오라윗 유위티야는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고급 외제차인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사건 발생 후 측정된 오라윳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봐주기로 일관하는 사이 오라윳은 해외로 도주했지만, 검찰은 2020년 8년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해 직면했다.

결국 총리 직속 진상조사위는 해당 사고에 대한 불기소 배후에는 정부 관계자들과 검찰·경찰·변호사 등의 조직적인 비호 및 음모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완전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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