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북극 기후 연구엔 러 필요한데…학계 '발 동동'

입력 2022-03-27 15:59
[우크라 침공] 북극 기후 연구엔 러 필요한데…학계 '발 동동'

"러 관할구역 접근 제한되면 기후변화 핵심 진실 파악 어려워"

북극 연구 최대 국제행사에도 러시아 참여 불허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하던 '북극 기후변화 연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학계가 러시아의 광범위한 북극권 영토·해양에 접근할 수 없게 된 데다, 이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러시아인 과학자와 협력하기도 어려워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는 북극과 국경을 맞댄 8개국 중 하나로, 북극권의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는 기구 '북극이사회' 회원국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작년부터 내년 5월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매슈 슈프 박사는 "북극 전체를 연구해야 하는데, 러시아의 관할 구역 접근이 제한된다면 북극권 기후변화 요인에 대한 핵심적인 진실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프 박사는 북극 기후변화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MOSAiC·모자이크)의 공동 연구대표를 맡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은 독일 쇄빙연구선 '폴라슈테른'에서 약 1년을 보내며 북극권 기후 데이터를 수집했다. 탐사 작업은 작년 10월에 마무리됐는데, 과학자·지원 스태프를 포함해 선원 수는 수백 명에 이르렀다. 이 중 러시아에서도 연구자 1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 연구자가 국제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26일 노르웨이에서 개막한 북극 연구 분야 최대 국제행사 '북극과학최고회의'는 러시아의 참여를 불허했다.

조직위는 "러시아인 과학자와 러시아 연구단체를 제외하면 북극 연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했을 때 얻는 과학적 이득이 있지만, 지금은 침공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현할 필요성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다만 러시아인 과학자들이 개인 자격으로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극지 기후변화 연구에서 '영구동토층'은 매우 중요한 주제로 꼽힌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토양 온도가 0도 이하로 유지된 토양이다. 영구동토는 아주 오래된 유기탄소 퇴적물이 함유돼 있는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대기 농도의 최소 2배 이상이다.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 온난화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의 블라디미르 로마노브스키 교수는 "영구동토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게 있는 곳에서 연구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접근 제한을 안타까워했다.

러시아에는 현재 영구동토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연구단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데이터를 공유받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로마노브스키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현장에서 수집하는 물리적 데이터뿐 아니라, 아이디어 교환, 상호 방문 교류, 공동 논문 출간 등이 죄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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