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부동산 규제완화 드라이브…'속도조절론'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완화 등 우선시행 가능성 높아
재건축 용적률 300%→500% 상향 공약 등엔 신중론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임대차3법은 '여소야대' 국회 넘어야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새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거치며 어떤 공약이 우선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 직접 참석해 '주택 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재건축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다만 국토부 업무보고 직후 인수위가 "재건축 규제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공약 이행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27일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열린 국토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의 이행 방안이 논의되면서 속도조절론도 함께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 시장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 때문이었다는 데 참석자 모두 공감했으나 급격한 정책 변화는 자칫 시장에 혼란을 초래해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보고에서는 현 정부에서 강화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원상복구 하는 방안이 최우선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등 수요가 많은 도심에는 이미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택지 개발 방식에는 한계가 있고,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법으로 도심 재건축 추진을 사실상 차단해 놓은 상태다.
도심의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그 여파로 신축 아파트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값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전체적인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도심에 신규 주택 공급이 막히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해 도심 집값이 크게 뛰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윤 당선인은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가 많은 도심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해 민간 주도로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공약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합리적 조정이다.
구체적으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은 면제해주고, 안전진단 기준 중 현재 50%로 비중이 높아진 구조안전성 항목을 30%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는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바로 시행 가능한 조치로, 재건축의 물꼬를 터주기 위해 우선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공약으로 꼽힌다.
그러나 재건축 용적률 상한을 현재 300%에서 500%로 높여주는 구상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윤 당선인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늘어난 용적률(약 200%)의 절반은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 받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으로 분양하겠다고 공약했다.
용적률 500% 상향 조치는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크게 높여줘 그동안 사업성 부족으로 고민하던 재건축 조합 등에 큰 유인책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분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내줘야 하는데 조합원 사이에서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동간 거리가 좁아져 답답하고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도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남·목동·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최근 안정세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대선 직후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공급 확대 기대감에 위축됐던 매수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꿈틀대는 등 불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 내에서도 재건축 규제 완화가 시장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밖에 다른 굵직한 부동산 공약의 실현 가능성도 관심사다.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전셋값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임대차 3법', 현 정부 초기에는 각종 세제·대출 혜택을 제시하며 활성화에 나섰다가 투기 세력으로 지목해 전격 폐지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등도 수술대에 올라 있다.
다만 이들 제도는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이 큰 과제로 꼽힌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담이 크게 증가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 등 부동관 관련 세제 역시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 상황과 연계한 충분하고도 좀 더 세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 완화 역시 금리인상 시기의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