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WHO "의료시설 개전 후 72건 공격…날로 증가"

입력 2022-03-26 21:06
[우크라 침공] WHO "의료시설 개전 후 72건 공격…날로 증가"

제네바 협약 '민간병원 공격 대상 안돼'…"푸틴 기소해야" 비난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크라이나에서 병원, 구급차, 의료진에 대한 공격이 70건 이상 발생했으며, 그 수가 날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HO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의료시설에 대한 72건의 공격으로 최소 71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야르노 하비히트 WHO 우크라이나 대표는 BBC에 "이 숫자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한다"며 "의료시설은 의사와 간호사에게 안전한 장소여야 하고 환자에게는 치료를 위해 의지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왔으며 최소 34건 이상의 공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네바 협약의 적용 대상이다.

제네바 협약 제18조는 민간병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항상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시설이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 근처에 위치하거나 '적에게 유해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엔 예외다.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때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군 수뇌부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려면 이런 공격이 단순한 사고나 부수적인 피해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언론 보도를 통해 일부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 공습을 받자, 곧 AP 기자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피범벅으로 들것에 실려 가는 임신부 등의 모습이 AP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공습으로 어린이 1명 등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항공기가 병원에 충돌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격 전에 모든 환자와 직원들이 대피했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한 지역 언론이 남부 도네츠크의 시립 어린이병원 건물이 포격을 받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AP는 이 사진이 전쟁 전 병원 사진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주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되던 마리우폴 극장에 대한 러시아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3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시 극장 건물에는 러시아군 공격을 피해 시민 수백 명이 머물고 있었으며, 건물 앞뒤로 바닥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을 뜻하는 글자가 흰색으로 크게 적혀있었다.

AP는 이번 공격이 러시아가 의도적이든 무차별적인 총격이든 민간인들을 살해함으로써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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