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美, 대러시아 극약처방 '세컨더리 제재' 확대 검토

입력 2022-03-26 02:36
[우크라 침공] 美, 대러시아 극약처방 '세컨더리 제재' 확대 검토

백악관 "필요시 사용 준비돼 있어"…중국·인도·중동 등 타격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기존 러시아 제재의 파급력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악관이 제재 수위를 극적으로 올리는 수단으로 이를 모색하고 있다며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첨단기술 수출통제, 러시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과의 거래 중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러시아 지도층과 신흥 재벌 제재 등 전례없는 '제재 폭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수출통제를 제외한 나머지 제재의 준수 대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기업이나 개인이다.

예를 들어 제3국의 기업이 러시아와 무역 거래 시 미국 금융기관을 경유해 러시아에 대금을 지급할 경우 제재를 받는 대상은 제3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금융기관이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이 관련 규정을 정비해 제3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세컨더리 제재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모든 기업과 개인이 미국이 정한 범위에서 러시아와의 거래를 중단토록 강요함으로써 러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극약처방인 셈이다.

미국이 도입한 수출통제 제재의 경우 이미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다.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할 경우 수출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때 처발할 수 있도록 한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세컨더리 제재 도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그럴 필요가 생기면 이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제재를 약화하거나 피하려고 체계적 노력을 하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런 수단은 전 세계 기업과 나라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세컨더리 제재가 몇몇 경우에만 미국이 사용했을 정도로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조처라고 평가했다.

이 카드가 실행될 경우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등이 볼 타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미국이 도입한 제재에 준하는 수준의 조처를 한 상태라 세컨더리 제재로 인해 러시아와 거래 관계에서 추가로 생기는 제약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 인도, 중동과 같은 나라에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미 당국자는 세컨더리 제재가 미국과 유럽 이외 기업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피하도록 하는 것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WP는 세컨더리 제재가 도입되면 대러 제재 부과를 피해온 국가들이 러시아와 서방 중 어느 쪽과 거래할지를 선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세컨더리 제재를 검토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 의회로부터 대러 경제 공격을 강화하라는 압력이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또 러시아가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서는 각종 제재를 견뎌내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WP의 설명이다.

다만 세컨더리 제재는 인도주의적으로 부정적 충격을 주고, 과거 이란 사례에서 보듯 러시아의 강경 노선을 강화할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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