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방해로 연기된 '소녀상' 도쿄 전시회, 내달 2일 개최

입력 2022-03-25 16:34
우익 방해로 연기된 '소녀상' 도쿄 전시회, 내달 2일 개최

작년 6월 전시회 우익들 협박에 연기 후 10개월 만에 열려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하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이 다음 달 2일 도쿄에서 개막한다.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실행위원회'는 25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5일 도쿄도 구니타치시에 있는 구니타치시민예술홀 갤러리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6월 우익세력의 방해 등으로 전시장을 못 구해 연기된 지 10개월 만에 열리게 된다.

도쿄 전시회에서는 국제예술제인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소개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 출품작이 상당수 그대로 전시된다.

주요 작품은 평화의 소녀상 외에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 '원근(遠近)을 껴안고' 등이다.

'원근을 껴안고'는 히로히토(1901∼1989) 일왕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 등 한국 관련 작품도 다수 소개된다.



앞서 지난해 6월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전은 우익 등의 방해로 전시회 개막일을 하루 앞두고 연기됐다.

실행위는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전시시설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에 반대하는 일본 우익 성향 인사와 활동가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소란을 피우자 실행위는 인근 주민의 피해를 고려해 다른 전시장을 물색했다.

새로 전시장을 빌려주기로 한 곳이 있었지만, 주변에 폐를 끼치게 된다는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행위는 이런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자 이번에는 공공시설을 선택했다.

실행위 공동 대표인 오카모토 유카 씨는 "민간시설을 빌리면 임대인과 전시회 개최자 모두 불안해서 공공시설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소녀상을 선보이고 일왕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우익 등의 지속적인 협박과 항의에 시달려 왔다.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소녀상을 선보였을 때는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 통을 가지고 전시장을 방문하겠다"는 팩스가 오는 등 협박과 항의가 이어지면서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지난해 도쿄전은 연기됐으나 오사카시와 나고야시에서는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작년 7월 나고야전에는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배달돼 행사가 중단됐다.

이번 도쿄전에도 경찰이 우익 등의 방해에 대비해 전시회장 주변을 지킬 예정이다.

또 변호사 등 총 300명의 자원봉사자가 전시회 기간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한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