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 IT 공룡 독점 막는 '디지털 시장법' 합의
자사 서비스 우위 금지, 메시지 상호운용·플랫폼 밖 거래 허용
"빅테크 지배력에 종지부"…업계 "소비자 불편·기업타격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유럽연합(EU)이 24일(현지시간)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술기업(IT)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합의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데이터와 플랫폼 접속을 제어하는 회사인 이른바 '온라인 게이트키퍼'에 대한 규칙을 담고 있다.
온라인 중개 서비스, 소셜 네트워크(SNS), 검색 엔진, 운영체제, 온라인 광고 서비스, 클라우딩 컴퓨팅, 웹브라우저, 가상 비서 등의 서비스가 이에 속한다.
이들 IT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를 경쟁사 서비스보다 우위에 둔다거나, 사용자가 미리 설치된 소프트웨어나 앱을 제거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메시징 서비스를 상호 운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가 하나의 네트워크에 묶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이용자가 새 스마트폰을 샀을 때 기본 검색 엔진, 웹 브라우저, 가상 비서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앱스토어에 대한 공정한 접근 조건을 보장하고 개인 정보를 타게팅 광고와 결합하는 것은 이용자의 명확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이 자사 제품을 더 높은 순위에 올리는 것은 금지되고 이용자는 플랫폼에서 경쟁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플랫폼 밖에서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이 법은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0조원), 연매출 75억 유로(10조원), 월간 사용자 4천500만명 이상인 IT 기업에 적용된다.
아마존,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 구글 모기업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이 이에 해당한다. 온라인 마켓 알리바바와 유럽 온라인 패션몰 잘란도(Zalado)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위반하는 기업은 연간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고 반복 위반 시에는 그 비율이 20%로 늘어난다. 상습적인 위반 기업은 인수합병(M&A)이 일시적으로 금지된다.
법안을 막기 위해 로비에 힘써 온 업계는 이 법이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고 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우리는 DMA가 이용자들에게 불필요한 사생활과 보안 취약성을 일으킬 것을 여전히 우려한다"며 "일부 조항은 자사가 거액을 투자하는 지적재산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역시 "소비자 선택과 상호 운용성에 대한 DMA의 큰 뜻은 지지하지만, 일부 규정은 혁신과 유럽인들의 선택권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오랫동안 EU의 반독점 조사의 표적이 돼 왔지만 법원에서 몇 년간 소송을 이어가며 실제 행동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EU는 소수 거대 기업이 옥죄는 디지털 생태계를 바꾸려면 DMA와 같은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협상을 이끈 독일 안드레아스 슈바베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합의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술 규제 시대가 열리게 됐다"며 "DMA는 빅테크 기업의 증가하는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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