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전사자 '498명'이라는데…길가에 쌓여가는 시체

입력 2022-03-24 11:32
수정 2022-03-24 18:01
[우크라 침공] 러 전사자 '498명'이라는데…길가에 쌓여가는 시체

기온 오르고 땅 녹자 남부서만 수백구 드러나…우크라 "수습·송환 논의 가능"

나토 "7천∼1만5천명 사망"…"벨라루스서 러로 2천500구 운송" 보도도

우크라, AI·소셜미디어 등 활용해 러 전사자 신원 규명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땅에 서리가 녹고 땅이 풀리면서 곳곳에 묻혀져있던 러시아군의 시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CNN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종 채널을 통해 전해지는 전사자 수가 적지 않아, 러시아가 자국군 피해 규모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 기준 자국 사망자 수가 498명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지역의 비탈리 김 주지사는 19일 주민들에게 러시아군의 시신을 수거해 봉지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역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자 나온 당부로, 김 주지사는 시신들을 냉장실에 넣어두고 러시아로 돌려보내 DNA 검사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 시신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 부대 '오크'라 부르며, 러시아군이 후퇴하면서 검게 그을린 동료를 전장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CNN에 그 사진을 보여주며 "지역 곳곳에 시신 수백구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로 이 유해를 송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군의 숫자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21일 발표한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집계는 498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 자국군 9천86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곧 삭제됐고 언론사는 해킹을 당했다고 해명했다.

크렘린궁 측은 22일 CNN에 "사망자 수와 관련 우리는 처음부터 정보를 누설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에서는 9천861명이라는 숫자와 비슷한 수준의 추정치를 제시한다. 이날 나토는 러시아군 사망자를 7천∼1만5천명으로 추정했다. 지난 17일 미국이 추산한 숫자는 7천명 이상이다.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치며 2년간 이어졌던 1차 체첸전쟁의 사망자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1만5천명 이상 숨졌다고 주장한다.

전쟁 관련 정보를 극도로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처럼 취급된다. 러시아의 한 군사 평론가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이건 거의 군사기밀"이라고 했다.

러시아 다른 군사 전문가들과 비정부기구도 언급을 피했는데, 이는 법적 반발과 처벌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사망자를 은폐할 목적으로 전장에 이동식 화장장을 보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국영철도는 오데사 등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 시체 수습을 위해 냉장차 20대를 제공했다고 3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이 회사 측은 러시아가 시체를 실으러 온 적이 없다고 추가로 밝혔다. 그러면서 "'승리' 선전을 위해 그들은 어머니들에게 시신을 묻을 기회조차 뺏을 준비가 돼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시신 송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17일 페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와의 간담회에서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군 사망자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각종 보도와 영상들로 전해지고 있다.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자유유럽방송의 벨라루스 서비스는 18일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벨라루스 남부 야전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구급차 수송대의 이미지를 공개하고, 이 지역의 시체들이 넘쳐났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지역 병원의 직원을 인용, 2천500구 이상의 군인 시신이 러시아로 운송됐다고 전했다. 이 주장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21일 우크라이나 비상 대응 부대가 키이우 동쪽 마을의 이름 없는 공동묘지를 팠더니 러시아군의 시신이 신분증이나 표식도 없이 무더기로 방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웹사이트(200rf.com)와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 전사하거나 생포된 러시아군의 사진과 신분증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그 밖의 소셜미디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 사진을 바탕으로 AI를 사용해 소셜미디어에서 프로필을 찾고 있다"며 "이는 '징집병 참여 없는, 누구도 죽지 않는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러시아측)신화를 깨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더욱이 봄철로 바뀌고 기온이 15도까지 오르면서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내무부 장관의 고문이자 200rf.com 설립자인 빅토르 안드루시프는 "러시아 시신은 정말 큰 문제다. 수천 구가 있는데, 전쟁 전에는 날씨가 추워서 괜찮았지만 이제는 문제다…사실 앞으로 몇주간 우리가 뭘 할지 모르겠다"고 CNN에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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