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도 英여왕과 결별하나…총리, 왕세손 만나 "독립 원해"
카리브해 바베이도스에 이어 공화국 전환 희망 피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의 영연방 섬나라 자메이카가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뜻을 시사했다.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윌리엄 왕세손 부부에게 "우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립적이고 번영한 선진국이 되려는 진짜 야망과 목적을 이루려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AP통신이 보도했다.
과거 300년 넘게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는 지난 1962년 8월 독립했다.
독립 이후에도 영연방 왕국으로 남아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삼아 왔는데, 홀니스 총리가 이날 영국 왕실로부터도 '독립'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홀니스 총리 옆에 나란히 앉아 이 말을 들은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말없이 두어 차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홀니스 총리는 또 "아시다시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며 "이번 방문은 이러한 문제들이 상황에 맞게 최선의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강제 노예 노동에 대한 보상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도착에 맞춰 자메이카에서는 영국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왕세손 부부의 이번 방문은 여왕 즉위 70년을 맞아 카리브해 영연방 국가와 영국 왕실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메이카에 앞서 벨리즈를 찾았고, 이후 바하마로 넘어갈 예정이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지난해 11월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국으로 새 출발한 후 다른 영연방 국가들도 바베이도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자메이카를 비롯해 영어권 국가들의 공화국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사실상 이를 만류하기 위해 찾은 왕세손 부부 앞에서 홀니스 총리가 직접 독립 의사를 밝힌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영국에 대한 사과 요구 시위에 동참했던 시민단체의 칼라 굴로타는 AP통신에 "총리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메이카가 실제로 공화국 전환을 추진한다고 해도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바베이도스의 경우 의회 결정 사항이라 비교적 신속하게 공화국 전환이 이뤄졌지만, 자메이카는 개헌과 국민투표가 필요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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