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통화정책 완화 정도 계속 줄여야"
송별 간담회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 다시 강조
"우크라 사태로 2월 전망보다 물가↑ 성장↓ 우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유아 기자 = 이달 말 퇴임을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한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3일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며 "작년 8월 이후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잠시 금리 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와 성장 타격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한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와 3.1%)는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하지만 곧바로 러시아의 침공이 있었고, 이후 유가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국내 수출기업의 애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나라 물가에 꽤 상승 압력을 주고 성장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경제 전망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2년 전 이맘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기관장들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해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을 동원했던 일과 이후 작년 8월부터 다시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던 일 등은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2년 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후 금융시장 안정을 확인하고 안도했던 일도 인상적 순간으로 꼽았다.
후임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에 대해서는 "학식, 정책 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고 평가하며 "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것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 총재 공백 사태와 관련해서는 "제 과거 청문회 일자를 따져보면 다음 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전에는 새 총재가 취임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만약 총재가 공석이더라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시행될 것이고, 실기나 차질 등의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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