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우왕좌왕 러시아군, 총사령관 있나 의문"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가 막강한 무기를 갖추고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것은 전장의 총괄 지휘체계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보고 있다고 CNN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현재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두지휘할 총사령관이 있는지 명확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전·현직 국방부 관리들은 총사령관의 부재는 전쟁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서투르고 체계가 잡히지 않은 모습을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을 총괄 지휘하는 지휘관이 없기에 서로 떨어진 전선에 있는 군대들이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군수 자원 확보에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러시아군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구심점 없이 각자 개별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군 예비역 장성인 벤 호지스는 "러시아 해군이 수행하는 작전이 공군이나 육군의 작전과 조율될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상황이 잘못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러시아군 병사들이 탱크와 무기를 버리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군은 심각한 통신 문제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사들과 지휘자들은 때로는 휴대전화를 쓰거나 보안이 취약한 통로를 통해 전달사항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통신을 쉽게 감청해 공격 목표 등 보안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런 당나라 군대와 같은 러시아군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였다고 CNN은 전했다.
군사 전문가인 마크 허틀링은 "전쟁의 원칙 중 하나는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라며 "전쟁을 수행하려면 누군가가 공격이나 운송 등 일련의 작전을 전반적으로 총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설사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용히 사령관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치르는 전쟁 양상을 보면 그는 매우 형편없는 지휘관일 것이라고 허틀링은 덧붙였다.
특히나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 고위 장성의 희생이 너무 큰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후 3주 동안 5명의 러시아군 장성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퇴역 미 장군인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는 최근 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쟁 중에 장성이 사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이는 러시아군의 지휘 통제 체계가 무너졌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에워싸고 폭격을 퍼부으면서도 지상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 진격하지 못하고 있고 수도 키이우 등 핵심 도시를 점령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여러 전문가는 러시아가 시리아나 크림반도 등 외국에 군대를 보낸 경험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넓은 지역에 전면전을 감행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전쟁에선 공군과 지상군의 일치된 명령 체계는 필수적이다.
러시아군이 원래 합동 작전에 익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벤 호지스는 "러시아군은 연례 군사훈련을 할 때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훈련을 하지만 서로 다른 부대끼리 합동 훈련을 잘 하지 않는다"라며 "미국 군대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워낙 보안을 중시해 전쟁 수행 명령이 충분히 전장에 공유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의 극소수에게만 전쟁 계획을 공유하다 보니 현장 지휘관들에겐 명령이 실행 직전에야 하달돼 현장에서 작전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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