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지금도 굶는데…" 동아프리카 식량부족 재난

입력 2022-03-22 12:20
[우크라 침공] "지금도 굶는데…" 동아프리카 식량부족 재난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 러·우크라에 곡물 90% 의존

가뭄·내전·메뚜기에 설상가상…"가장 가난한 이들에 가장 가혹"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가뭄, 내전 등으로 이미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탓에 더욱 극심한 기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국제 구호단체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옥스팜의 가브리엘라 부커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동아프리카 주민 2천800만 명이 극심한 기아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커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는 얘기로 지구촌이 떠들썩하다"며 "그 충격은 가장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장 빠르고, 가장 가혹하게 덮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 곡물 수입의 90%를 의존하고 있다고 옥스팜은 밝혔다. 전쟁으로 두 국가의 곡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그래도 부족한 식량 수입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러시아의 침공에 쏠리면 동아프리카의 위기 상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옥스팜은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에서 이런 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년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식량·목초지를 찾아 고향을 등진 이주민이 1천300만 명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는 대규모 메뚜기떼가 창궐해 식량을 싹쓸이하듯 먹어 치우기도 했다. 이 정도 규모의 메뚜기 떼는 70년 만이라고 한다.

케냐는 곡물 수확량이 70% 감소해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2016년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를 겪는 에티오피아에서는 긴급 인도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940만 명에 이른다. 이 국가에서는 내전 탓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국토의 90%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소말리아에서는 350만 명이 식수·식량 부족 사태에 빠져 있다. 식량을 찾아 자국을 떠난 국민은 67만1천 명에 이른다.

남수단에서는 5∼7월에 최악의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옥스팜은 경고했다.

부커 총재는 "이미 2천100만 명이 동아프리카에서 심각한 기아와 싸우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 부족 상황은 비참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