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세손 부부 카리브해 순방 '삐걱'…시위에 사과 요구까지
자메이카 인사들 "식민지배 사과해야"…벨리즈에선 시위로 일정 변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카리브해 영 연방국 순방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에선 오는 22일(현지시간) 왕세손 부부의 방문을 앞두고 학자와 정치인, 기업인 등 각계 인사 100명이 영국의 식민지배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20일 발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번 방문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즉위 70주년과 자메이카 독립 6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린 당신 할머니의 즉위 70주년을 축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왕과 전임자들 재임 기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권 비극이 영속했기 때문"이라며 "70년간 당신들의 할머니는 우리 조상의 고통을 바로잡고 속죄하기 위한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국 왕실과 자메이카 국민과의 관계를 재정의할 마음이 있다면 사과하고 속죄와 보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이번 카리브해 3개국(벨리즈, 자메이카, 바하마) 순방은 이들 영 연방국과 영국 왕실의 관계 강화를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명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옛 영국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국가들 중 바베이도스가 지난해 영국 여왕과 결별하고 공화국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다른 영 연방국도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일주일간의 순방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왕세손 부부는 첫 방문지인 벨리즈에서 20일 카카오 농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윌리엄 왕세손이 후원하는 재단과 토지 분쟁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인 탓에 방문 장소가 급하게 변경됐다.
두 번째 방문지인 자메이카도 환영 일색만은 아니다.
왕세손 부부 도착에 맞춰 시위를 계획 중이라는 케이 오스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케이트와 윌리엄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자메이카의 공화국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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