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흑해함대 대폭 보강…상륙 임박이냐 연막이냐
최대 물동항 오데사 공격 가능성에 우크라군 비상
동부 치려는 양동작전일 수도…미 "상륙 임박 징후는 아직"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가 흑해 권역에 대규모 함대를 집결시킨 채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함대가 우크라이나 해상 봉쇄를 시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최대 무역항 오데사에 대한 대규모 상륙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안보 전문가들은 현재 흑해에 배치돼 활동 중인 러시아 해군 함대가 30척이 넘는 규모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 정보자문업체 시빌라인의 저스틴 크럼프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의 러시아 흑해함대는 평상시 규모보다 크게 확대돼 있다"면서 "최신 호위함 다수가 여기에 속해 있고, 크림반도 근해에선 11척이 넘는 상륙정도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약 3주 전 북방함대와 발트함대에서 상당수의 함정을 흑해 함대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럼프 CEO는 "전체적으로, 주요 전투함만 30척이 넘고, 이에 더해 디젤 추진 잠수함을 다수 갖추면서 흑해 함대는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해군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주력 전투함 17척 중 12척을 빼앗기면서 해상 전력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압도적 전력차를 앞세운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을 봉쇄하고 크림반도 연안에 10여대의 상륙정을 배치하는 등 최대 물동항 오데사에 대한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위성사진으로 러시아 해군 함정의 움직임을 분석해 온 해군 전문가 H. I. 서턴은 흑해에 집결한 러시아 해군 함정이 "병력과 물자를 상륙시키는 상륙전 능력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조우해와 흑해 연안 주요 도시 대부분이 러시아군에 장악된 상황에서 오데사까지 빼앗기면 우크라이나는 해상 교통·무역로를 사실상 모두 상실하게 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오데사 상륙에 대비해 해안에 참호를 파고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방비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오데사 공략이 임박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우크라이나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군의 진짜 목표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 머무는 부대를 북쪽으로 급속히 진군시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최정예 병력을 포위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타임스는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 전함들이 오데사 주변 해안 지역에 포격을 가했으나 최근 24시간 동안에는 공격이 없었고 당장은 상륙 시도가 임박했다고 볼 징후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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