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세계 첫 극초음속 실전 사용…왜 쐈나

입력 2022-03-21 11:04
수정 2022-03-21 12:15
[우크라 침공] 러, 세계 첫 극초음속 실전 사용…왜 쐈나

전문가들 "무장 바닥났거나 화력 증대로 전환…고전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가 18, 20일 두차례 극초음속 미사일 Kh-47M2 '킨잘'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에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바실리 카신은 19일 AFP통신에 "이는 극초음속 무기가 실제 전투에서 사용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무기는 상당히 고가다.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는 극초음속 미사일 한 기당 수천만달러(수백억원)가 든다고 밝힌 적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전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가동했다는 것은 예상 밖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갑자기 전쟁 중간에 이런 무장을 꺼내는 사실이 곧 러시아군이 기존 화력만으로는 현 전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방위분석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킨잘의 등장이 러시아군이 기존 무장을 다 써버린 상황을 시사한다면서도 '선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전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의 군방전략 분석가 조지프 헨로틴도 트위터에 러시아가 기존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 보급이 바닥났거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장을 도입해 위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것으로 추측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매듭 지으려 했던 의도대로 전황이 풀리지 않자 러시아가 화력 증대라는 다음 수를 내놓는 증거라는 분석도 있다.

미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쟁학연구소(ISW)도 19일 낸 보고서 "이런 비싸고 귀한 첨단 무장을 보급창고에 사용했다는 사실은 구체적 군사적 목표 달성보다 (러시아군이) 위력을 보여주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설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에 쓴 것은 고전하던 러시아의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며 더 강력한 화력을 쏟아붓는 새 국면이 펼쳐질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전황이 점차 교착 상태로 빠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민간인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격을 늘려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영국 국방정보국 수장인 짐 호켄헐 중장은 19일 러시아군의 전략이 달라졌다면서 무차별적으로 화력을 쏟아붓는 '소모전'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기반시설을 파괴하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거듭 민간인은 군사 표적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내 군사시설만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8일 러시아 국방부는 킨잘로 우크라이나 남서부 우크라이나군 미사일·군용기용 탄약이 저장된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힌 데 이어 20일에도 남부의 군 연료 저장시설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CNN 방송도 19일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실제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킨잘에 대해 사정거리가 2천㎞에 이르고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저지할 수 없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킨잘 등 극초음속 미사일은 일반적으로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소형화환 핵무기마저 탑재할 수 있는 까닭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 북한도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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