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법원, 대기오염 기업단속 미적대는 환경장관에 '철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원이 대기오염 주범인 기업에 대한 단속을 미적대는 환경부 장관에게 조속히 단속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고등법원은 이날 바바라 크리시 환경부 장관에게 국유기업 에스콤의 발전소와 사솔의 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오염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면서 이같이 명령했다.
고법 판사 콜린 콜리스는 판결문에서 이어 환경부 장관은 반(反)오염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강제할 규칙을 제정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비이성적으로 이를 지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 기한 내에 이를 시정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과 적절한 모니터링을 위한 새로운 법규를 제정하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세계 최악의 대기 오염 국가 중 하나인 남아공 행정부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수도 프리토리아 및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동부 지역과 음푸말랑가주 동북부 지역은 이른바 '하이벨드'로 불리는 석탄 벨트이다.
12개 석탄 발전소와 정유 시설 및 석탄 연료 전환 공장이 있는 이 지역에선 이산화황, 수은, 미세먼지 등 배출로 악성 호흡기 질환 발병이 잦다. 2019년 국영 과학산업연구협의회(CSIR) 보고서에선 정부의 공기질 단속 부족으로 연간 5천 명 이상이 석탄 벨트에서 사망하고 가구 4분의 1에 천식 어린이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라운드워크 등 환경 단체들은 이에 지난 2019년 이른바 '치명적 공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단속 주무 부처인 환경부의 크리시 장관은 대기질 규제도 중요하지만 경제 발전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에스콤과 사솔은 남아공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배출한다. 글로벌 탄소 아틀라스에 따르면 남아공은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 규모에서 13번째로 큰 국가이다.
에스콤은 석탄 발전으로 남아공 전력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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