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동맹 복원' 바이든의 진가 보여준 우크라 사태
'미국이 돌아왔다' 외쳤지만 아프간 철군·오커스 출범서 흠집
우크라전 이후 서방 똘똘 뭉쳐 러에 대응…바이든표 동맹 규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작년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문구는 '미국이 돌아왔다'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강한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며 전통적 동맹의 균열을 불러오고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을 훼손했다는 문제의식이 함축된 말이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지시하는 상징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또 실제로 동맹국 정상과 통화 때 '미국이 돌아왔다'고 알리며 동맹 복원 의지와 함께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그 중심에 미국이 있음을 역설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힘이 실리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체에도 미국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그러나 바이든이 외친 동맹 복원은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 흠집을 내며 시련을 맞았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20년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욕심 탓에 8월 말을 철군 시한으로 정했다. 하지만 동맹과 협의가 부족해 손발이 맞지 않았고,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으로 철수 과정의 대혼란까지 빚어졌다.
당연히 연합군으로 참여한 유럽 동맹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미국의 안보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강론이 대두될 정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9월 영국, 호주와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킬 때는 프랑스와 큰 갈등을 빚었다.
당시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키로 했는데, 기존 560억 유로(75조 원)짜리 디젤 잠수함 공급 사업을 뺏긴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공개 항의할 정도로 분기탱천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위시한 서방은 말 그대로 똘똘 뭉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럽이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를 향한 각종 제재 폭탄, 우크라이나 지원 등 전에 없이 단결된 모습 속에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세계적 '왕따'로 만들어버렸다.
이는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외교·안보 라인은 아프간 철수를 교훈으로 삼았는지 수시로 유럽 동맹과 접촉하며 긴밀한 조율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스스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진 후 국무부 고위급 라인에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를 상대로 수백 통의 전화를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물론 EU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안보 문제로 인식했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미국이 최대 견제 대상으로 지목한 중국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이는 러시아에 비해 중국을 덜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는 점,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이 얽힌 관계 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러시아 전선에서 서방의 규합은 바이든의 동맹 재활성화 전략이 힘을 발휘한 성과물인 점만은 분명하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유사 사태가 터졌다면 어땠을까. 동맹과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한 채 미·러 일대일 대결구도 속에 강대강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를 반영하듯 작년 아프간 철군 혼란에서 시작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아 반등세로 돌아섰다. 아프간 철군 이전 지지율을 회복했다는 조사도 나올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시 동맹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위기 상황에서 힘을 합칠 때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그 중심엔 돌아온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 바이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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