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밀 수입 민주콩고 동부에 기근 두려움 촉발

입력 2022-03-17 19:30
[우크라 침공] 밀 수입 민주콩고 동부에 기근 두려움 촉발

러·우크라산 밀이 전체의 최소 절반…유가 인상·고질적 폭력에 오지 사정 심각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 정중앙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 앙등에 직면하면서 오지인 동북부 지역에서 기근 두려움이 촉발됐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콩고는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지만, 가구의 4분의 3이 빈곤선 이하에 생활한다.

특히 동북부 지역은 지리적으로 외진데다가 수십 년간 폭력 사태가 계속돼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르완다와 접경인 키부 호수의 남단 도시 부카부에서 식료품 행상을 하는 파스칼린 부후메는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굶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숫가루, 쌀, 설탕, 식용유, 토마토 등 현지 가격은 모두 치솟아 하루 2달러(약 2천400원)로 생존하는 사람들에게 큰 시련이 되고 있다.

부후메는 50㎏ 설탕 한 포대가 이전에는 43달러였으나 지금은 60달러라고 말했다. 20㎏ 조리용 기름 한 통도 30달러에서 45달러로, 25㎏ 쌀 한 자루도 18달러에서 20달러로 각각 가격이 상승했다.

다섯 아이의 엄마는 이전에 1천콩고프랑(50센트)하던 빵 한 덩이가 지금은 1천200프랑이라며 걱정했다.

민주콩고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는 비중이 전체의 최소 50%인 아프리카 및 저개발 국가 18곳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곡물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운영업자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콩고 비즈니스연맹(FEC)의 경제 분석가인 폴랭 비샤카발리아는 정부가 시급히 조치에 나서야 한다면서 국내 생산을 늘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콩고는 막대한 광물자원과 수백만 헥타르의 농경 가능 지역이 있다. 인플레이션 핫스폿(집중발생지역)이 된 부카부가 속한 주만 해도 쌀, 밀, 옥수수, 기름이 다 자급할 수 있으나 수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땅을 생산적 농업용지로 바꾸려면 낙후된 수송 시스템을 고칠 자본과 행정적 장애물에 대처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현지 소비자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식료품 가격이 아찔할 정도로 급상승한 현상의 배경에는 유가 인상도 한몫하고 있다.

유조차가 국경을 넘어 석유를 갖고 오는 평균 비용이 726달러에서 900달러로 인상됐다.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쪽 공급원은 자기들도 석유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카부의 몇몇 주유소는 이미 연료가 동났고 품귀 현상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인 제레미 시토는 연료난 때문에 단거리 승객 요금을 500프랑에서 1천프랑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민주콩고 동부 노스키부주 베니 지역에선 폭력사태가 증가하면서 인도주의 지원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신화통신이 이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무장단체가 가한 40차례 공격으로 이 지역에서 주민 256명이 숨졌다. 그 여파로 인도주의 7단체가 17일부터 베니 지역 내 카망고 보건지구에서 활동을 중단하면서 30만 명 이상이 인도주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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