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도시 봉쇄에 기업 피해 가시화…조업차질·공급망 붕괴
와이어링하니스 조달 차질에 현대차 생산 일부 차질
선전시 봉쇄로 항만·물류 적체 심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반사이익 누리나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중국의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공급망과 연계된 국내 기업의 연쇄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린성 창춘시, 산둥성 웨이하이시·더저우시, 광둥성 선전시 등 주요 도시를 봉쇄했다.
17일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에 따르면 산둥성 웨이하이시에는 자동차 부품 공장 등을 포함해 약 320개 한국 업체들이 진출해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봉쇄된 도시들의 교통통제로 인해 원부자재 공급이 적기에 안되고, 직원들의 출퇴근이 어려우면서 일부 공장은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특히 산둥성에 있는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지난 15일부터는 국내 완성차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일단 이번 주까지 일부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조립 차량 없이 가동하는 '공피치' 방식으로 운영하며 감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020년 2월에도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와이어링 하니스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국내 공장 셧다운과 재가동을 반복한 바 있어 업계에서는 '2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부품 공급난으로 1년 넘게 공피치 등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해온 만큼 이번에도 유동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난징과 톈진, 창춘에 공장 3곳을 둔 금호타이어[073240]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봉쇄령이 창춘 이외에 다른 공장 지역으로 확대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칫 봉쇄령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내 차량 이동량이 줄어들어 교체용 타이어(RE)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에는 영업소와 연구법인 등을 포함해 650개의 한국 기업이 나가 있다. 삼성전자[005930]도 반도체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선전시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7일간 주민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한 상태다.
현지에 법인을 둔 국내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므로 아직 별다른 영향은 없지만 봉쇄가 추가 연장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시는 특히 세계에서 4번째로 컨테이너 처리량이 많은 선전항을 보유한 무역허브로, 도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항만 적체와 함께 운임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선전시 보건당국은 도시를 봉쇄하면서 항만 트럭운송은 예외 항목으로 뒀지만, 통관절차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어 선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엄경아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선전 봉쇄가 추가 연장 없이 일주일만 지속되면 해상운임 폭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의 항만에서 적체 상태에 놓인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나는 등 미국 서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적체량이 재반등해 고운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발(發) 저가공세에 밀렸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번 선전시 봉쇄로 일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선전시에 있는 중국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패널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LCD 생산량의 10∼15%를 차지하는 중국 CSOT 공장이 선전시에 있다.
LCD 패널 가격은 올해 들어 스포츠 이벤트, 중국 십일절 등과 관련해 TV 제조사들이 구매 물량을 점차 늘리면서 패널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1월 각각 38달러, 69달러까지 떨어졌던 32인치, 43인치 LCD 패널의 가격이 이달부터 회복돼 6월에 43달러, 74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회복 시황 속에서 중국 봉쇄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가격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LG디스플레이[034220]와 LX세미콘[108320]이 중국 봉쇄에 따른 LCD 패널 가격 반등으로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 김찬우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바닥 수준을 형성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 봉쇄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패널 가격이 반등하면서 부진했던 LG디스플레이, LX세미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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