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주총에 모인 '동학개미' 1천600명…할머니 손잡은 초등생도

입력 2022-03-16 14:26
수정 2022-03-16 15:24
삼전 주총에 모인 '동학개미' 1천600명…할머니 손잡은 초등생도

역대 최대 인원…소액주주 2배로 늘면서 참석자도 증가

MZ세대 겨냥 현장 이벤트…주주들, 주가부진·노조 활동 우려 목소리도



(수원=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에는 500만명이 넘는 '동학개미' 가운데 1천600여명이 직접 현장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주총 역사상 최대 인원이다.

3년째 지속 중인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열린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비대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자투표제와 온라인 중계를 도입했음에도 대규모 인원이 주총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최근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주총장인 수원컨벤션센터에는 행사 시작(오전 9시) 약 2시간 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주주들이 차례로 긴 줄을 섰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1천600여명으로, 지난해(900여명)보다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현장 참석 주주 인원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린 국내 주식 열풍으로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가 2020년 말 약 215만명에서 지난해 말 504만명(보통주 기준)으로 급증한 결과로 보인다.

주총장에는 백발의 노인부터 교복을 입고 온 청소년,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생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의 주주들이 눈에 띄었다.

화성시 동탄에서 온 대학생 황서현(24)씨는 "오후에 대학 수업이 있지만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경험해보고 싶어 올해 처음으로 방문했다"며 "삼성전자 주식은 10주 정도 있다. 앞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초등학교 3학년 백진현(9)군은 보통주 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로, 이날 학교 대신 삼성전자 주총장에 현장학습을 왔다. 백군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소개해주는 자리라고 부모님이 알려주셨다"며 "사람들이 많아 긴장된다"고 말했다.

백군의 할머니는 "경제 관념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학교에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데려왔다"고 전했다.

올해는 최근 급증한 MZ세대 주주들을 고려해 '주총 참석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설치하는 등 주주 참여를 높이기 위한 색다른 시도들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19가 급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방역에도 만전을 기했다.

회사는 참석 주주 간 거리두기를 위해 수원컨벤션센터 3층(3천40㎡)과 1층(7천877㎡)을 모두 대관했고, 주총장 내부에는 2m 간격으로 떨어져 앉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또한 주주들의 마이크에 사용할 일회용 덮개와 일회용 손잡이도 준비했다.



이날 주총에선 최근 창사 이래 첫 파업 우려가 나오고 있는 노조 문제도 자주 거론됐다.

한 주주는 "삼성을 사랑하고 제 자산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있다"며 "경영진은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선도하는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노조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주변에 있던 주주들은 이 발언이 끝나자 손뼉을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노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타당한 요구가 아니라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을 오래 지켜봤다"며 "곧 노조 대표단을 만나는 경계현 사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은 "회사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노조 공동교섭단과 성실하게 교섭해 앞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날 주총장 출입구에서 'GOS 사태의 근본원인 노태문,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선전전을 펼쳤다.

노조는 앞서 갤럭시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철회해달라고 회사 측에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 삼성전자 주주는 노조 현수막 바로 옆에서 '나는 노조가 정말 싫어요'라는 팻말 들고 항의성 시위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주들은 최근 주가 부진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조치를 요구하거나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주문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낮다는 주주의 지적에 대해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복잡도가 증가해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점진적 개선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라인운영 최적화와 공정 개선으로 수익성과 공급 물량 두 가지를 동시에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해 3시간만인 정오께 끝났다.

국민연금이 경계현 사장 등 일부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경 사장 등 사내이사 4인의 선임 안건을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등 전체 주총 안건이 모두 의결됐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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