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대표 스포츠브랜드 리닝에 철퇴…"北 노동력 활용"(종합)

입력 2022-03-16 16:31
수정 2022-03-16 16:37
美, 中 대표 스포츠브랜드 리닝에 철퇴…"北 노동력 활용"(종합)

美세관, 리닝 제품 압류…대북제재법 활용해 사실상 중국 제재

"러 지원시 中도 불이익" 경고한 美, 대 중국 2차제재 경고 메시지 주목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조준형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중 갈등이 한층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대북 제재 관련 법을 활용해 중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리닝'에 철퇴를 내렸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중국도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른바 '2차 제재(제재 대상과 거래한 법인 또는 개인까지 제재하는 것)'를 경고한 바 있어 이번 조치의 함의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14일부터 미국의 모든 항구에서 리닝이 제조하거나 생산한 상품을 압류한다"며 "이는 리닝이 북한의 노동력을 공급망에서 활용했음을 나타내는 CBP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CAATSA(미국의 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는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세계 어디에서든 북한 시민이나 북한 국적자가 생산에 관여한 제품의 미국 반입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CAATSA에 따라 미국의 모든 항구에서 리닝 제품을 압류할 것"이라며 "이들 제품은 수입업자가 30일 이내에 죄수 노동, 강제 노동, 형사적 처벌에 따른 계약노동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압수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올림픽 체조 영웅 리닝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창업한 리닝은 중국의 '애국 소비' 추세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3월에는 많은 외국 브랜드가 위구르족 인권 침해로 비난받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리닝은 반대로 신장산 면화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신장산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중국 소비자의 보이콧에 매출이 끝도 없이 추락했지만, 리닝은 신장 면화 사태 몇 주 만에 판매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추월했다.

다만 리닝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중국 시장에 비해 매우 작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은퇴한 미국프로농구(NBA) 드웨인 웨이드가 만든 의류 브랜드 '웨이 오브 웨이드'는 리닝과 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CMP는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의류 제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이어왔지만 대부분은 신장 지역의 인권 탄압 의혹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북한과 이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통합한 CAATSA를 발효시켰다. 행정 명령을 통해 부과되던 징벌적 조치를 확대해 법제화한 것이었다.

CAATSA는 모든 국가에서 북한 국적자가 생산 과정에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참여한 물품은 강제 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추정해 미국으로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반입된 물품이 북한 국적자의 강제 노동에 의한 것이란 증거가 드러나면 당국이 몰수나 압수 조치를 취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조항의 적용을 피하려면 수입 업체들이 생산 과정에서 북한 국민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 북한 국민이 생산 과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법은 결국 북한과 거래하는 쪽에도 불이익을 주는 2차제재(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의 성격이 있다. 따라서 민감한 시기에 미국이 이 법을 발동해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은 중국에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의 성격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임박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최대의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하는 무언의 메시지일 수 있어 보인다.

또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국에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최근 미국의 경고와도 관련이 있을지 주목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전달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이나 제재를 위반하는 다른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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