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밀 수출국 미국도 흉작 전망…식량가격 더 오르나
캔자스주 절반 이상이 '심한 가뭄' 상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 등 세계 식량 가격이 뛰어오르는 가운데 세계 제2위의 밀 수출국인 미국마저 가뭄으로 밀 흉작이 예상되면서 식량위기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州) 남서부 지역에는 지난해 10월부터 눈 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있다.
겨울 밀은 가을에 파종돼 이듬해 봄에 싹이 트는데, 이 시기 토양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겨울 밀 작황의 관건이다. 비료에 포함된 영양분이 밀 뿌리로 전달되려면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가뭄경감센터(NDMC)에 따르면 이달 8일 현재 캔자스주 절반 이상이 '심한 가뭄'(Severe Drought) 또는 그보다 더 나쁜 상태인 것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밀 생산지인 오클라호마주는 4분의 3가량이, 텍사스주는 3분의 2 이상이 '심한 가뭄' 상태다.
국립가뭄경감센터는 가뭄 상태를 '비정상적 건조'(Abnormally Dry)부터 '매우 극심한 가뭄'(Exceptional Drought)까지 5단계로 나누며, 이중 심한 가뭄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지난해 겨울 폭풍으로 미국 밀 주산지의 표토가 휩쓸려 날아가 표토에 함유된 영양분이 손실된 상황에서 물 부족 문제까지 덮쳤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제빵용 강력분에 쓰이는 경질 적색 겨울 밀은 미국 전체 밀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경질 적색 겨울 밀의 생산이 감소하게 되면 안 그래도 높은 식료품 물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밀 수출량에서 미국의 비중은 약 14%로 러시아(약 18%)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이어 캐나다(약 14%), 프랑스(약 10%), 우크라이나(약 8%)가 3∼5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199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을 비롯한 곡물류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연질 적색 겨울 밀의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서 44.9%, 경질 적색 겨울 밀 선물은 39.2% 각각 급등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은 25.0%, 대두 선물은 24.4% 각각 뛰어올랐다.
밀 재배가 가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작년 봄 밀에 이어 두 번 연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작년 3∼5월에 파종한 봄 밀의 수확량이 이번 가뭄에 크게 줄었다.
미 농림부에 따르면 이달 13일 현재 캔자스주에서 밀 작황이 '좋음' 또는 '매우 좋음'인 비율은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낮아진 반면, '나쁨' 또는 '매우 나쁨' 비율은 38%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작황은 3월 기준 최근 4년간 가장 저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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