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무장투쟁 두려웠나…미얀마군 초소 모래포대→벽돌 건물
기존 모래포대 초소 사제폭탄 공격 취약…"야간 피습 사상자 다수 발생"
민주진영 "양곤서 지난 한 달간 43차례 공격으로 군경 67명 사살" 주장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가 발발한 지 14개월째가 되어 가는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서 최근 군 경비초소가 기존 모래 포대에서 벽돌 건물로 형태가 속속 바뀌고 있다.
기존 모래 포대 초소의 경우, 윗부분이 거의 뚫려있다시피 해서 반군부 무장세력의 사제폭탄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쿠데타 1년이 훌쩍 지났지만,시민방위군(PDF)의 무장투쟁이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심상치 않음을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오기도 한다.
지난 13일 기자는 차를 타고 양곤 시내를 지나던 중 눈에 익지 않은 모습을 목격했다.
양곤 대표 도로 중 하나인 삐 로드가 시작되는 지점의 군 경비초소 건물이 2층짜리 회색 벽돌 건물로 바뀐 것이다.
경찰 경비초소 바로 옆에 있는 이 초소는 애초 머리 높이로 둘러 쌓은 모래 포대로 이뤄졌었다.
출근하면서 매일 이 앞을 지난다는 빠잉 우(가명·42)씨는 "공사를 시작한 지는 열흘쯤 됐다"며 "이 초소는 지난 1년여간 서너 차례 PDF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곳 사거리는 편도 4차선의 넓은 도로여서 공격하고 도망가기는 쉽고, 막고 잡기는 어려워 초소를 벽돌 건물로 바꿨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모래 포대에서 벽돌 건물로 초소가 바뀐 곳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와 현대자동차 쇼룸 건물, 대형 병원 등이 있어 양곤 동쪽의 대표적인 교통혼잡 지역인 떠마인 사거리에도 새 초소 건물이 세워졌다.
근처에 사무실이 있어 매일 이곳을 지난다는 한인 A씨는 "모래 포대를 쌓아 만들었던 초소를 2층 벽돌 건물로 만든 게 열흘쯤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로 밤에 PDF와 교전이 여러 번 있어 군인들이 다치고 죽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낮에는 별 움직임이 없지만 어두워지면 군인들이 초소 벽에 만들어놓은 총구에 총을 올려놓고 근무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자는 저녁 시간에 그 앞을 지나면서 1층과 2층에 나 있는 8개의 모든 총구에 총이 올려져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역시 양곤 대표 도로 중 하나인 까바예 로드의 삼거리에 있는 초소도 모래 포대가 없어지고 벽돌 건물로 탈바꿈 중이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한 상인은 "갑자기 모래 포대를 다 치우길래 뭘 하나 봤더니 2층짜리 벽돌 건물을 만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내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목격된다는 기자의 말에는 "모래 포대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라며 "보도가 안 돼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양곤에서도 PDF 활동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군이라고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 이 상인은 "군인들이 상관에게 돈까지 줘가며 안전한 양곤에서 근무하려고 했다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겠다"고 비꼬았다.
반군부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의 국방부는 지난 4일 양곤 PDF의 군경 공격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한 달간 양곤 PDF가 미얀마군을 상대로 43차례 공격을 벌여 군인과 경찰 67명을 사살했고, 100여 명에 부상을 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34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