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원자재 베팅 헤지펀드 '돈방석'…금 매장엔 긴 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원자재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큰 이익을 얻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헤지펀드 소로반캐피털파트너스는 원자재 거래에서 2월 이후 적어도 수억 달러를 벌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캐슬훅파트너스, 필그림글로벌 등도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최근 수 년간 신규 원자재 공급을 위한 투자가 감소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원자재 가격과 생산업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데 베팅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원자재에 초점을 맞춘 펀드들은 지난 몇 년간의 부진 끝에 큰 이익을 얻었는데 올해 1∼2월에만 약 30%의 수익을 올린 경우도 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에너지 업종 지수는 S&P 500 전체 지수를 사상 최대 격차로 앞질렀다. S&P500 에너지 업종은 올해 37% 상승했지만, S&P 500 전체 지수는 12%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2년 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최근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원유, 천연가스, 밀의 주요 공급국가이며 칼륨 비료도 많이 수출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밀,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트레이더들은 전쟁의 직간접적 여파로 세계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원자재를 대체해 추가 공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수년간의 관련 설비투자 등 감소로 재고는 적으며, 신규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출신인 에릭 만델블래트는 2010년 소로반을 창업한 뒤 몇 년은 원자재로 돈을 벌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에 지난 수년간은 이 분야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에 관심을 갖고 원자재 투자에 다시 뛰어들었다.
만델블래트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심하고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어 새로운 원자재 개발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은 작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
동시에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전기차와 태양광 프로젝트에 필요한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금속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로반의 100억달러(약 12조4천억원) 규모 펀드는 지난해 9월 말까지만 해도 원자재 투자가 없었지만, 작년 4분기 캐네디언내추럴리소시즈, 선코어에너지 같은 원유 생산업체와 광산업체 발레, 비료 제조업체 모자이크, 뉴트리언 등에 큰 금액을 투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로반의 원자재 거래액은 올해 초 30억달러를 넘었다.
한편 원유, 천연가스, 밀, 금속 등의 가격이 일제히 급등해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세계 곳곳에서 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8일 온스당 2,070.44달러(약 256만원)까지 올라 2020년 8월의 사상 최고 기록에 5달러 차이로 근접했다가 이후 2천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귀금속 거래업체 '필로로 에델메탈레' 매장에는 금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 업체 창업 루돌프 브레너는 "우크라이나 위기기 시작됐을 때 주문이 급증했다"면서 판매량이 평소의 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금 실물 수요는 지난해 1천124t으로 9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요가 더욱 급격히 늘었다.
1온스짜리 골드바를 손에 쥐려면 현물 가격에서 100달러까지 웃돈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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