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잔인한 국제전' 우려…의용군에 시리아 용병까지
양측 다급한 병력 동원…극단주의 탓 폭력성 증가 가능성
용병 전쟁범죄 처분 난제…세계대전 부를 불쏘시개 될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 외국 전투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측의 다급한 병력 동원 때문에 전쟁이 더 잔인해질 수 있고 국제전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민간인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소속국 정부의 만류에도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주권침해, 국제법 위반 등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에 맞서겠다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토방위군 국제여단' 참여를 호소하자 세계 곳곳에서 호응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지난달 6일 발표에 따르면 그렇게 모인 외국인 의용군은 52개국 출신 2만명 정도다.
유럽 출신이 대다수이며 미국, 한국, 인도 등에서 건너온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시리아 등지에서 시가전에 숙달된 병사들을 돈을 주고 끌어오기로 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독재정권의 뒤를 봐줬고 내전에서 승기를 잡도록 군사력도 지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참전 자원자가 1만6천명에 달하며 대체로 중동 국가 출신이라고 밝혔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병사들을 데려올 가능성도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반군과 싸우는 중아공 정부군의 장비 현대화를 지원하거나 비밀 사병조직 '와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분쟁에 개입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군사적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이 같은 의용군, 용병들의 대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상적으로 경도된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아프리카 내전에 참여한 전투원 중에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같은 반서방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몸담은 이들이 부지기수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극단주의 우려가 제기된다.
자유 민주주의의 편에 서서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폭력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러활동 감시단체인 '시테(SITE) 인텔리전스 그룹'은 유럽과 북미에서 극우세력이 의용군에 자원한다고 보도했다.
SITE는 이들이 러시아를 구소련과 연계시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전투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안보 컨설팅업체 '수판그룹'을 설립한 알리 수판은 "애초 인도주의가 목적이지만 결국 갈등과 폭력을 연장하고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장에 나선 이들이 정규군처럼 교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들의 행동 때문에 향후 난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레더릭 카간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은 "(용병들은) 효과적 군사력이 아닌 무기로 뭔가 하려는 개별 집단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은 유엔 헌장은 외부 지원을 포함해 침략에 맞서 방어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외부 전투원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두고는 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용병이나 의용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때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외국인 전투원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서방국가들은 의용군이 파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국민들의 가세를 적극적으로 막고 일부 처벌까지 한다.
특히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 속에 직접충돌을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으로 인식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로버트 팔리 미국 켄터키대 패터슨스쿨 선임강사는 러시아군이 서방의 무기지원 호송대나 외국인 전투원을 의도적으로 공격한다면 서방 내에서 직접 개입을 지지하는 여론이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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