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첼시 구단주 러 재벌 아브라모비치 美헤지펀드 투자금도 동결"
영국 제재 이후 미국 내 투자펀드 매각하려는 아브라모비치 시도에 '제동'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5)가 미국 헤지펀드 투자금까지 동결되는 제재를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의 투자를 받은 다수의 미 헤지펀드 회사들은 지난 10일 그가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뒤 '그의 자산이 동결됐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SS&C 글로브옵은 최근 한 고객사에 "현재 아브라모비치에 귀속된 계좌들은 거래가 차단됐다. 상환, 지불, 구독 등의 서비스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SS&C 글로브옵은 영국 재무부와 금융제재이행국(OFSI), 케이맨제도 통화청(CIMA)의 지침에 따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브라모비치는 다년간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콩코드 매니지먼트 등을 통해 주식형 펀드에 주로 투자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부터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펀드 매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정부 등의 지침은 아브라모비치가 여러 헤지펀드에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려는 최근 시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10일 아브라모비치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친크렘린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로 규정하면서 자산을 동결하고 영국의 개인 및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첼시를 매각하려는 그의 시도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영국은 첼시 인수에 관심 있는 매수 희망자들에게 아브라모비치가 아닌 영국 정부에 인수 제안을 넣으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에 이어 캐나다도 11일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리고 자산 동결과 자국 내 거래 중단을 명령했다.
이런 가운데 아브라모비치를 비롯한 '친푸틴' 올리가르히들에 대한 서방 각국의 제재 조치는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골치 아프게 한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전방위 제재를 당한 북한, 이란, 시리아에서는 월가에 큰돈을 맡긴 투자자가 거의 없었으나, 러시아 재벌들은 이곳에서 거액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아브라모비치를 운용 펀드에서 강제 청산하거나, 다른 투자자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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