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 L당 2천원 '올라도 너무 오른다'…가격 어떻게 정해지나?

입력 2022-03-12 05:56
수정 2022-03-12 08:41
서울 휘발유 L당 2천원 '올라도 너무 오른다'…가격 어떻게 정해지나?

원유 도입 비용에다 유류세·판매마진 더해 책정…세금이 절반 차지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느려" 불만도…업계 "가격 민감성·유통구조 탓"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도 리터(L)당 2천원선을 돌파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올해 초 1천687원(1월 8일)까지 떨어졌던 서울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를 따라 빠르게 올랐고, 이달 8일 1천900원 선을 넘은 지 사흘 만인 11일 2천원 선도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수일 내에 2천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내 기름값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더 크게 올랐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를 따라 오를 땐 빨리 오르지만, 반대로 내릴 때는 속도가 더디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가격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해지는 것일까.



◇ 원유가격+유류세+정유사 마진으로 결정…L당 798원이 세금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원유 도입 비용과 원유를 국내로 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 휘발유에 붙는 각종 세금(유류세),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결정된다.

정유사가 해외 시장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국내 정유시설에서 정제해 전국 각지의 주유소로 유통시키는 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당 1천764원이었는데 2주 전인 2월 셋째 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국제 휘발유 가격(보통휘발유 해당 92RON 기준)은 L당 817원이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의 46% 수준이다.

여기에다 원유 가격의 3% 수준인 관세(L당 약 25원)와 준(準)조세격인 석유수입부과금(L당 정액 16원), 정유사 유통비용과 마진 등 88원이 더해져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 판매가격이 결정된다.

3월 첫째 주 정유사들의 평균 세전 휘발유 판매 가격은 946원이었다.

이 세전 가격에 유류세와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추가된다. 3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1L에 부과되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주행세·교육세)와 부가세 등 세금은 751원 안팎이다.

세금을 더한 정유사들의 '세후' 판매가격(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은 L당 1천697원이고, 여기에다 주유소 유통비용과 마진 등 67원을 포함하면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1천764원)이 나온다.

원래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L당 820원이지만,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164원) 인하했다. 현재 기준 유류세는 L당 656원이다.

3월 첫째 주 기준 최종 휘발유 가격에 반영된 관세와 유류세, 부가세 등 전체 세금은 총 798원으로, 최종 판매 가격의 45%를 차지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을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8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국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유통 구조도 영향"

일각에서는 국내 휘발유 가격 등락 움직임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국제유가 상승기 때는 국내 휘발유 가격의 오름세가 가파르지만, 유가 하락기에는 내려가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가격 수준에 따라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다르고, 휘발유 유통구조 상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가격 하락 국면에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다소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을 하락보다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했을 때도 시차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2~3주 동안 계속 오르는데 이 시기에 특히 국내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주유 습관과 휘발유의 유통 구조도 이 같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가 상승기에는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더 일찍 찾는데 그 결과 재고가 조기에 소진된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더 비싸진 가격에 새 휘발유 물량을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 하락기에는 소비자들이 주유를 최대한 늦추면서 주유소 재고 소진 속도가 늦어지고, 이로 인해 새 물량 공급이 늦어지면서 주유소 판매 가격도 그만큼 천천히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국제유가 움직임에 비해 과도하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4개월간 유가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유류세 인하분(164원↓)이 국제유가 상승분(88원↑)보다 더 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종적으로 L당 76원 인하됐어야 하지만 오히려 100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하게 올랐다"며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가 일정하지 않아 비교 시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에 비례한다"고 밝혔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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