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추락' 전경련, 새 정부서 부활할까…명칭변경 추진도 모색
정책제안 마련·새 정부 측과 물밑 접촉 분주…내부쇄신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친화적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부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위상이 급추락한 전경련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신들이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경제단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경련은 전날 논평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공정과 상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윤 후보의 당선을 만들어냈다"며 그의 당선을 반겼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지원했다는 등의 이유로 현 정부로부터 '패싱'(배제) 당한 전경련 입장에서는 친(親)기업 성향을 보이는 야당 후보의 당선을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961년 설립된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수십 년간 재계의 '맏형'격으로서 대기업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지만, 국정농단사태 이후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탈퇴하는 등 홍역을 치르면서 규모가 과거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재계의 맏형 역할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맡는 형국이 됐다.
전경련은 현재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만드는 동시에 수십 년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새 정부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일본 기시다 내각 등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허창수 전경련 회장 외에도 실질적으로 전경련의 대외업무를 책임지는 권태신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새 정부 인사들과도 물밑접촉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청와대 산업통신비서관과 경제정책비서관, 국무총리실장,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모두 청와대 근무를 한 바 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국 CBI와 독일 BDI,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등 주요국들은 경제정책 결정 시 경제단체들과 협의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채널이 없다"며 "대한상의는 회원사가 98%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경총은 노사 문제에 특화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는 실질적으로 전경련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국제경제환경에서 다른 나라와의 비즈니스가 원상회복되려면 전경련이 제 기능을 해야 하고, 그것이 정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새 정부 구성에 맞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단체명 변경, 새 회원사 영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 후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후 '한국기업연합회'로 사명 변경을 시도했지만, 안팎의 여러 사정으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은 하지 못했다.
전경련은 탈퇴한 4대 그룹 재가입에 총력을 다하는 동시에 부회장단에 2∼3세대와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들을 합류시키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후임으로 아들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부회장으로 합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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