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신냉전 시대' 개막…유럽·아시아 군비경쟁 가속
독일·스웨덴·덴마크, 러 맞서 국방예산 GDP 대비 2% 수준 확대 방침
중 위협에 호주 병력 30% 증강 계획…일본도 사상 최대 방위예산 편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시대 개막의 신호탄이 울리면서 세계 각국이 군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방위비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나섰고 아시아에서도 점증하는 중국의 팽창에 맞서 각국의 군비 증강 계획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목격한 유럽 몇몇 나라는 발 빠르게 그동안의 군비 축소 흐름에서 방향을 틀었다.
독일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일회성 국방비 예산으로 1천억유로(약 135조원)를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독일 국방예산 470억유로(약 63조원)의 배가 넘는다.
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국방예산을 2024년에는 2%로 늘릴 것이라면서 미국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의 구매 가능성도 열어놨다.
국방비 지출을 GDP의 2%로 늘리겠다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합의한 목표치이지만 나토 회원국 상당수의 국방 예산은 이에 못 미쳤다.
독일 외에 스웨덴, 덴마크 등도 국방비 확대 계획을 내놨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스웨덴은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확대하고 징집병 숫자를 늘릴 방침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러시아가 무력 사용 카드를 꺼내든 선례를 만들면서 중국이 대만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국방 예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호주는 2040년까지 군사력을 약 30%(1만8천500명) 늘려 8만명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10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380억 호주달러(약 34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주 역사상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계획은 호주 정부가 지난 7일 새로운 핵잠수함 기지 건설을 위해 약 100억 호주달러(약 9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호주는 지난해 9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합의에 따라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핵잠수함을 건조·운영하는 계획을 세워 놨다.
대만도 이번 침공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보며 중국의 침공 시 단호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한 의회 보고에서 "우크라이나가 더 큰 적에 맞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러시아군의 전투 활동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중국이 정세를 오판해 대만을 상대로 전쟁을 하면 반드시 비참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전쟁이 발발하면 모두가 매우 비참하다. 승리하더라도 비참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은 향후 5년간 특별예산 2천369억 대만달러(약 10조3천억원)를 투입, 해·공군력 전력 증강 사업에 나서겠다고 올해 초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도 올해 방위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5조4천5억엔(약 57조원)을 편성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장관)은 우주전·사이버전·전자기전 능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 동중국해에서 중국군 활동 증가에 대응해 이 지역 도서에 대한 주둔 규모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고 주목하며 한국이 현재의 대북 유화정책을 끝낼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체적인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 경우 일본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핵추진 잠수함에 이어서는 핵무기 보유가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늘어난 1조4천500억 위안(약 282조원)을 책정했다. 군비 팽창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놓고는 국방예산이 GDP 대비 1.3%인 만큼 높지 않다고 일축했다.
더타임스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비 증가 흐름이 전면적인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