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당, 핵심 주의회 선거서 압승…힌두민족주의 강화되나
'최대 인구' 우타르프라데시서 재집권 성공…5개주 중 4곳 승리
2024년 총선 승리 가능성 높여…제1야당 인도국민회의는 더욱 몰락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차기 총선을 2년 앞두고 핵심 주 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NDTV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11일 오전(현지시간) 5개 주 의회 선거 투표 잠정 집계 결과 BJP는 최대 인구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인도는 28개주와 8개 연방직할지로 이뤄졌으며 이번 선거가 치러진 곳은 인구 2억명의 우타르프라데시주를 비롯해 펀자브주, 우타라칸드주, 마니푸르주, 고아주 등 5개 주다. 투표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지역 별로 진행됐으며 개표는 전날 오전부터 동시에 시작됐다.
개표의 관심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집중됐다.
의석수가 403개나 되는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 정치 지형도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도 집권 중인 BJP는 273곳의 지역구에서 승리를 확정했거나 승리를 앞두고 있다. 이 곳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정당이 나온 것은 37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분위기를 토대로 모디 정부는 2024년 총선 승리 가능성도 크게 높였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모디 총리도 전날 이번 선거 결과로 2024년 총선 승리를 굳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선거 승리는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강화할 전망이다. 힌두교 사제 출신인 아디티아나트는 BJP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BJP의 우타르프라데시주 선거 승리로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무슬림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강제 개종 금지법' 제정에 앞장선 주로 꼽힌다. 이 법은 비힌두교도 남성이 결혼을 통해 힌두교도 여성을 강제로 개종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암소 자경단'에 의한 폭력도 급증하고 있다.
암소 자경단은 암소를 신성시하는 보수 힌두교도들이 소속된 조직이다. 이들은 소 도축 등을 감시하며 때로는 소 운송자조차 공격 대상으로 삼아 살해하는 등 과격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디 정부도 2014년 집권 후 시민권법 개정, 인도령 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과 기독교도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펀자브주에서는 보통사람당(AAP)이 117석 가운데 92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다.
델리주 집권당인 AAP는 이번 승리로 BJP에 맞서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인도 현대 정치사를 좌지우지했던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우타르프라데시주 등은 물론 집권 중이던 펀자브주에서도 완패, 위상이 더욱 추락했다.
INC의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인 라훌 간디는 선거 결과가 공개되자 "국민의 결정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좌지우지했고 무려 50여년간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특히 INC를 이끌던 네루-간디 가문에서는 자와할랄 네루가 초대 총리를 역임했고 그의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총리 세 명을 배출했다.
라훌 간디는 라지브 간디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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