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해리스 미 부통령 "러 전쟁범죄 가능성 반드시 조사해야"

입력 2022-03-11 11:00
수정 2022-03-11 11:01
[우크라 침공] 해리스 미 부통령 "러 전쟁범죄 가능성 반드시 조사해야"

러 민간시설 폭격·무차별 무기 사용 등 논란 속 촉구

폴란드 방문해 "집단안보 철통" 전투기 둘러싼 내홍 일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범죄 정황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폴란드를 방문 중인 해리스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공동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지 묻는 말에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의도적 공격은 범죄, 국제 규범·규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적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우리는 모두 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2주간 이어온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을 부인하고 있지만, 주거지역과 민간인 시설 등에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대피를 위해 휴전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돼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러시아군이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과 그렇지 않은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해치는 열압력탄과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날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에 폭격을 가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비등했다.

NYT는 그동안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에 대한 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해왔고 이를 동맹국들과 공유해왔다고 미 고위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독일과 스페인 수사당국은 8일 국제형법상 보편관할권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제기된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폴란드와 최근 빚었던 전투기 논란을 일축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부각하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술적 측면에서 이견을 보인 이번 사태 때문에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약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과 폴란드는 우리가 한 일에 있어 단결된 상태고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명시한)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며 "미국은 나토 영토의 모든 지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국 행정부 2인자가 유럽을 직접 찾아 전쟁으로 위태로워진 유럽 안보를 미국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데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을 사이에 둔 양국의 마찰을 잠재워 서방의 통합을 재차 도모한다는 추가 과제가 폴라드 방문에 맞춰 돌출한 상황이었다.

폴란드는 자국이 보유한 미그(MiG)-29 전투기 28대를 독일 주둔 미 공군기지에 배치해 미국 처분에 맡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나토 회원국에도 같은 조처를 촉구하고, 미국에는 F-16 같은 미국산 전투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들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에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을 전쟁 개입으로 간주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안보 위협에 상응해 미국보다 다소 공격적인 조치를 요구하면서 나토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 사례였다.

이날 두다 대통령도 나토 동맹에 짐짓 강조했다.

그는 "그 전투기들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토 처분에 맡기기로 했다"며 "폴란드가 나토의 신뢰 있는 회원국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나토가 전체적으로 공동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도 논의했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열흘 동안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명 이상이 폴란드에 왔다며 자국의 인도주의적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포화 상태에 다다른 난민 수용에 감당하기 어렵다고도 털어놨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150만명 정도가 폴란드로 왔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난민 문제가) 폴란드 정부, 대통령, 그리고 이 나라의 인프라에 주는 부담을 안다"며 "미국은 부담을 떠안게 된 폴란드를 지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에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유럽 방문일정을 소화 중인 해리스 부통령은 11일 폴란드에서 루마니아로 건너가 사흘에 걸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안보·인도주의적 지원, 난민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한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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