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항전의지 결연한 미콜라이우의 고려인 주지사
"러시아군 시내 들어오면 몰로토프 칵테일에 불타버릴 것"
더타임스 인터뷰…'젤렌스키 후계 유력' 거론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남부 해안 도시들을 폭풍처럼 집어삼킬 기세였으나 최근 며칠 사이에는 별다른 진격 소식이 없다.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최근 친러 반군세력이 '독립'한 돈바스 지역을 육지로 연결하고 남부 해안선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바다로부터 차단해 경제의 숨통을 끊겠다는 러시아의 목표는 지금의 전황을 보면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는 괴멸적 타격을 견디며 버티는 동부 마리우폴의 눈물겨운 분전과 흑해 최대 항구도시 오데사의 진입로를 굳건히 지키는 서부 미콜라이우의 방벽 역할이 큰 힘이 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시내 곳곳에서 포성이 끊이지 않는 미콜라이우주를 찾아 "카리스마 넘치는" 비탈리 김(41) 지사를 비롯한 항전 주역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10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2020년 선출된 김 지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고려인 3세다.
시민들에게 무기를 들라고 촉구해온 김 지사가 전쟁 발발 후 매일 올리는 비디오 메시지는 러시아인을 조롱하는 신랄한 유머로 미콜라이우는 물론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러시아에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그들이 어떻게든 우리 도시에 들어온다면 모든 방향에서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콜라이우의 가로망이 격자형 구조이고 고층 빌딩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붕에서 몰로토프 칵테일(화염병)을 던지기가 아주 좋다. 그들은 타버릴 것"이라고 섬뜩한 말도 했다.
2만5천㎢ 면적에 전쟁 전 인구가 100만명가량이었던 미콜라이우는 지금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 싸우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러시아군에 반격을 가해 빼앗겼던 공항을 탈환했다.
김 지사는 "노획하거나 러시아군이 포기한 러시아 장갑차 수십대를 수리해서 쓰려고 하는데 수리 전문 인력이 부족해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털어놨다.
김 지사는 지난 8일에는 러시아군인 28명이 항복해 왔다면서 "그들은 굶주리고 더럽고 추위에 떨고 있으며 음식과 물을 간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돕고 여기서 내보내 경찰 호송 하에 키이우(키예프) 등 다른 도시로 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러시아군에 대해 "다수가 19~20세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부모에게 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미콜라이우의 역할은 러시아군이 오데사로 자유롭게 진격할 수 없도록 막아내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김 지사는 "오데사는 우리 덕분에 편히 잠잘 수 있다. 우리는 오데사에 우리가 계속 싸우는 데 필요한 물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미콜라이우가 대단히 멋진 사람들이 사는 대단히 멋진 도시라는 걸 세계에 알리고 싶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인들처럼 총을 들고서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 도시를 관광하러 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에 이곳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도시인지 보여주고 싶고 그것이 바로 적들이 이곳에 있지 못하도록 우리가 싸우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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