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中관영매체, 신중한 대중 정책 예상…정부 대신 견제구?(종합)

입력 2022-03-10 17:19
[윤석열 당선] 中관영매체, 신중한 대중 정책 예상…정부 대신 견제구?(종합)

후시진 "수출 25%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 경색시키지 않을 것"



(홍콩 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김진방 조준형 특파원 = 중국 매체들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새 정부의 대중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주목했다.

몇몇 관영 매체들은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한미동맹 강화 등 중국과 충돌 소지가 큰 것들에 주목하면서도 윤 당선인이 경제 등에서 깊이 엮인 한중관계를 흔들 수 있는 조치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기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한국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견제구'를 던지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 "'오징어 게임' 같은 치열한 대선…대(對) 중국 정책 주목"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논평에서 먼저 "이번 한국 대선은 역대 가장 치열한 선거로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선이었다"며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분열된 한국 사회를 다시 화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중 정책이 주목된다"고 짚었다.

미·중 간 전략 경쟁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확보하고,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난제에 마주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악화일로인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봤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무력을 강화해 한국을 수호하자고 주장했고, 한국 안보에 필요하다면 미국 주도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확대 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도 더 많이 협력하길 원한다고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국은 현재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먼저 선택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한중은 수교 30년 만에 양국의 경제적 정치적 상호 신뢰 구도가 형성됐고, 중국이 한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자 경제 파트너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한국 정치인은 없다"면서 "한국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을 지키면서 그에 맞는 외교 정책을 수립해야 미래의 지향점에 부합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은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한 발언이 실제로 실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한다고 해서 한중 관계가 크게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는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평가를 마무리했다.

중국신문망은 한국 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매체는 "윤 당선인은 외교적으로 한미동맹을 우선시하고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중 관계에선 안보 문제가 경제 문제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감하고 중대한 외교 사안에 강경하고 급진적인 윤 당선인의 발언은 그의 외교 분야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민의힘은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해지고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한국의 노력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윤 당선인은 고조하는 반중 정서를 활용했고 동맹인 미국과 더 밀착할 것임을 공약했다"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중국에 기울어지면서 수십 년 이어진 한미동맹을 약화했다고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유권자들은 치솟는 집값과 높은 실업률, 불평등과 젠더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며 "윤 당선인은 불평등, 미·중과의 관계, 김정은의 핵 야심을 해결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부연했다.

◇ 일부 관영매체 '공약은 공약일 뿐' 주장…새 정부 출범 전 '견제구'

윤 당선인이 공약한 사드 추가 배치 등 중국과 갈등 소지가 큰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관영 매체 또는 관변 언론인을 통해 나왔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뤼차오 연구원은 "사드는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인기가 없고, 대다수의 한국인은 미국을 위해 그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윤 당선인 취임 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얼마나 협조할 것이냐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 집권 이후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 등에서 일본의 길을 따라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쿼드에 접근하거나 가입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10일 위챗 계정에 올린 글에서 "중한 관계는 이미 강대한 공동의 이익으로 엮여 있고,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반도의 일부인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자명해 한국이 중국에 강경한 전략을 쓰기는 매우 어렵다"고 썼다.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관변 언론인인 그는 또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한국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인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후 전 편집장은 이어 한국이 사드 확충(추가배치), 쿼드 국가들과의 중국 견제 협력에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중한 관계를 뒤집는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미친 일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도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에서 "미국 쪽으로 치우친 미세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영 매체나 관변 언론인을 통해 나오는 이 같은 전망은 한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 정부를 대신해 던진 '견제구'일 수 있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미·중 사이 '균형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는 동시에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담은 주장일 수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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