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폴란드의 전투기 제공 제안 선 그은 美…"너무 위험"(종합)

입력 2022-03-10 08:39
[우크라 침공] 폴란드의 전투기 제공 제안 선 그은 美…"너무 위험"(종합)

폴란드, 미군 통해 우크라에 미그-29 공급 타진…"긴장고조 오인" 우려

백악관 "병참지원상 어려움"…블링컨 "복잡한 문제" 난색 표명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구 소련 전투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미국이 확실히 선을 그었다.

폴란드가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 자국이 운영해온 전투기를 가져다줄 테니 이를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써달라는 제안에 대해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현시점에서 폴란드가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공군으로 넘겨주는 것을 지지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의 감독하에 그리하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날 폴란드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폴란드는 전날 자국 공군이 보유한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부를 독일에 있는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배치해 미국 처분에 맡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폴란드는 미그-29 전투기를 보유한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도 같은 조처를 촉구하고 대신 미국 측에 F-16 같은 미국산 전투기 제공을 요청했다.

이에 커비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지지할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거부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상황이 지속하자 커비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폴란드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상황 정리에 나선 셈이다.

커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폴란드의 아이디어는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 동맹이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충돌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을 통한 전투기 제공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확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정보 당국은 미그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며, 나토와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을 키우는 러시아의 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할 경우 전쟁 개입으로 간주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자칫 서방 군과 러시아군의 공중 충돌로 미러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최선의 방안은 러시아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와 시스템, 특히 대전차 및 대방공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병참 지원상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나토 및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사키 대변인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려는 것을 미국이 반대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미군을 통한 전투기 제공은 반대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비 이전 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각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폴란드 제안엔 일부 복잡성이 있다"며 "우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지원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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