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과제] 집값·임대시장 안정 최우선…주택 공급은 적재적소에

입력 2022-03-10 04:36
수정 2022-03-10 05:05
[새정부 과제] 집값·임대시장 안정 최우선…주택 공급은 적재적소에

전문가 "임대차 3법 손질 재고"…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 정상화 요구도 커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필요하지만 용적률 500% 공약은 신중히 적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차기 정부는 출범과 함께 산적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무려 2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책은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최우선 과제는 "집값·임대시장 안정"…'임대차 3법' 손질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을 지속해서 안정시켜 나가는 것을 최대 과제로 꼽는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 여파로 전셋값이 폭등한 가운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후 신규로 나오는 전세 물건이 늘어나고, 집주인이 전셋값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면서 임대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2020년 '11·19 전세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뾰족한 가격 안정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월세화되고 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결국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서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왜곡된 임대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 3법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도 "일반 전월세는 민간의 영역으로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임대차 3법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지만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초기에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싸게 공급하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채 안 된 임대차 3법을 폐기하거나 손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3기 신도시 입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4∼5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다 근본적인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규정하고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채비율이 높아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다가구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를 구제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저가의 민간 임대물건 공급을 위해 소형 아파트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결국 민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와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순기능은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보유세·거래세 개편 요구 대응…거래시장 정상화 유도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과 함께 보유세 개편,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 완화 등 부동산 세금 정상화 방안도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공시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 이는 결국 가처분 소득 감소와 임대료 인상에 따른 세입자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가 무서워 집을 팔고 싶어도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가며 시장의 매물은 줄고 거래도 급감한 상태다.

김종필 세무사는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특히 임대를 놓아 노후를 보내는 은퇴자들의 세 부담이 버거운 상태"라며 "공시가격 인상은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이고, 투기 목적이 아닌 생계형 임대사업자는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면서 다주택자는 집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금 정상화를 통해 매도, 매수자들이 원활히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정상화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등의 조치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에는 최근 1∼2년 새 '패닉바잉'에 나섰던 '2030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과열을 빚었던 수도권 빌라나 지방의 저가 아파트 단지에는 매맷값이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는 '깡통전세' 등장으로 세입자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동성 장세 이후 시장 충격을 줄여줄 방안을 찾는 것도 차기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고점 인식, 금리 인상, 차주별 DSR 규제 강화로 과거 몇 년과 같은 집값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며 "대출 부담이 큰 '영끌' 차주의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를 돕기 위한 퇴로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공급대책 현실화…정비사업 완화하되 도심 등 적재적소에 공급해야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 꾸준한 주택 공급도 요구된다. 현 정부는 앞서 '2·4 대책'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84만6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도권 외곽 중심이어서 가장 필요한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요구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억눌리면서 신규 공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주택이 필요한 곳에만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한 규제 완화는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용적률 500% 상향 공약에 대해선 도시 주거환경 측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용적률을 500%로 높이면 45∼50층 내외의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야 해 공급 가구수는 늘릴 수 있어도 주거환경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며 "이 경우 교통, 상하수도, 학교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도 발생하는데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는 기반시설의 추가 확충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종상향을 기반으로 한 용적률 상향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특정 단지에 한정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은 조언이다.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보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J&K 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재건축 부담금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외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수억원대의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상태여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며 "형평성 등을 고려해 부과 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새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산연 실장은 "새 정부가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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