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에 완성차업계 환영, 중고차 업계는 반발

입력 2022-03-08 17:01
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에 완성차업계 환영, 중고차 업계는 반발

"완성차업체 독과점 불가능" vs "신차점유율 바탕으로 다 지배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완성차업계가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시장 진출 공식화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신차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8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현대차와 기아[000270],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들 업체는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될 경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내부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3사도 중고차 시장 참여를 위해 준비 중"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 시 6개월 이내에 시장 진출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는 전날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km 이내의 인증 중고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초로 공개했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도 현재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상태이다.

협회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이들의 합계 시장점유율은 2026년 7.5%∼12.9%가 될 전망이다. 기존 중고차매매업자들이 진입 반대의 근거로 제시하는 독과점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진입은 거래 안전성 제고에 따른 시장 규모 확대,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 일본에서도 완성차 제조사의 시장참여로 여러 성과가 창출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켈리블루북 등 민간 차량 정보제공시스템과 카맥스와 같은 온라인업체 참여로 2019년 판매량이 2011년 대비 400만대 가까이 늘었고, 일본은 경매시스템 활성화로 중고차 수출 규모가 우리나라의 3.7배에 달한다.

협회는 "완성차업체들은 시장진출을 차질없이 준비해 자동차 구매자에 대한 생애 전주기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겠다"며 "가격과 차량 상태에 대한 객관적 정보 제공으로 시장 신뢰성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그동안 대기업의 진출을 반대해온 기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 생태계를 독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매 후 5년, 10만㎞ 이내의 신차는 어차피 보증되는 차들인데 인증 중고차라는 허울만 뒤집어씌웠다"며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88%나 되는 상황에서 중고차 유통까지 하면 독과점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도 "다음 주 중에 열리는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를 앞두고 '우리는 그래도 하겠다'며 보이기식 쇼를 한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나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할 텐데 결국 중고차 시장 이윤의 30∼40%를 그쪽에서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계획은 한 달에 150만원 겨우 버는 중고차 딜러들의 몫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라며 "이제 양질의 차는 현대차가 독점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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