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중동·북아프리카 사회불안정으로 이어지나
침공 1주일 만에 밀 가격 55% 폭등…2011년 '아랍의 봄' 배경에도 '식량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밀 공급에 차질을 야기해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영국매체 BBC가 8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배경에서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던 단계에서 이미 고공행진을 펼친 국제 밀 가격은 침공 1주일 만에 다시 55%나 폭등했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를 비롯해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빈곤 국가에서는 밀 가격 폭등으로 식량 사정이 한층 악화할 공산이 커졌다.
밀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튀니지에서는 이번 전쟁 여파로 밀 수입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최근 수년간 물가 상승과 높은 실업률, 공공 부채 증가로 경제 기반이 약해진 튀니지는 곡물가 급등 충격으로 휘청이고 있다.
정부가 빵 가격 통제에 나선 가운데 튀니지 국민들은 빵 부족 사태가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빵집의 영업시간이 짧아지는 등 식량 부족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모든 게 비싸지고 있다"며 "우리는 빵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내전으로 이미 어린이 800만 명이 기아 직전 상태인 예멘은 밀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있고, 최근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한 레바논도 우크라이나 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주식인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에 의존하는 이집트도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물가 상승을 겪어왔다.
이집트에서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에 물가가 80%나 급등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정부는 보조금 지급 대상인 빵 가격을 수십 년 만에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1년 이집트에서 진행된 '아랍의 봄' 당시 주된 구호가 '빵, 자유, 그리고 사회적 정의'였을 정도로 중동·북아프리카에선 식량 가격 급등이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진 바 있다.
아비 에테파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량 대체 공급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전쟁은 식량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식량 불안정은 사회불안과 폭력 사태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