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지금 여기가 지옥" 러 무차별 폭격에 민간인 절규
"러, 아무나 공격…'도시 멸망' 목격한다 느껴 공황"
긴급구호·정전 성사 안되면 며칠내 수천명 사망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거세지는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참상을 전하는 보도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외곽도시 이르핀에서 목격된 민간인 고통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르핀에서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을 피하려는 행렬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
인형을 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가족,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 걸음이 느린 고령자 등이 행렬 구성원이었다.
BBC는 이들이 도시의 멸망을 목격한다고 느껴 공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르핀 주민 발렌티나는 "모든 게 폭격받는다"며 "불빛도, 전기도, 가스도, 인터넷도 없이 사람들이 지하실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르핀 일부는 러시아군에 점령됐고 남은 지역에서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혼란 속에 러시아군이 대피하는 민간인들을 공격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러시아 침략자들이 우리 지역 민간인들을 쐈다"며 "포탄, 지뢰 때문에 눈앞에서 어린이 2명, 성인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체첸, 시리아에서 사용한 무차별 공격 전술을 다시 꺼내 든다고 의심했다.
주민을 공포로 굴복시키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점령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르핀에는 공포가 가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 안드레이는 BBC에 "하늘을 막아달라고 모두에게 얘기해달라"고 간청했다.
러시아가 무차별 공습이 강행하지 못하도록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는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촉구하지만 서방국가는 위반 단속 때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우려를 들어 반대한다.
안드레이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택까지 폭격한다"며 "그들은 군과 싸우는 게 아니라 아무나 보이면 싸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BBC는 이르핀에서 총성 속에 우크라이나 군인이 비명을 지르는 어린 소년의 손을 잡아끌고 피하는 등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고 밝혔다.
숨어지내는 이들뿐만 아니라 피란에 나선 이들도 고통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격 때문에 생긴 건물 잔해와 같은 장애물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 넘어져 다치거나 기진맥진해 길에 누운 이들이 많다든 것이다.
러시아군은 침공 12일째인 이날 전역에서 무차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부에서는 수도 키이우 진입을 위해 서북부에 병력을 집결하고 이르핀, 호스토멜, 부차, 보르젤 등 외곽도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남부 해안에서는 헤르손, 멜리토폴을 장악하고 마리우폴을 포위한 뒤 미콜라이우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무차별 공격의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긴급 구호나 인도주의적 정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앞으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이 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의약품, 생필품이 없고 난방, 수도공급 체계도 무너졌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간청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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