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후변화 탓?…말레이 수도권 때이른 폭우에 도심 '올스톱'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수백채의 가옥이 물에 잠기는 등 도심 대부분이 또다시 마비됐다.
8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께부터 2시간 동안 쿠알라룸푸르 수도권에 100∼150㎜ 이상의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
뚜안 이브라힘 뚜안 만 환경수자원부 장관은 "2시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기존 배수시설이 물의 흐름을 감당하지 못했다"며 "보통 3월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데, 기후 변화가 이변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홍수로 주택 수백 채가 물에 잠기면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차된 차량들도 속절없이 침수됐다.
도로를 달리던 차량도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휘청거리면서 아찔한 광경이 벌어졌다.
수천명의 운전자들이 참수되지 않은 도로를 찾아 서행하면서 최악의 퇴근길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곳곳에서 구조 요청이 이어지면서 소방대원들이 곳곳에서 급히 구조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공사는 쿠알라룸푸르 수도권 홍수 발생지역의 40개 변전소를 임시 폐쇄해 도심 상당수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경찰청과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인근 콘도미니엄 등도 전력 공급이 끊겼다 순차로 복구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작년 12월 17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폭우로 쿠알라룸푸르 수도권 등 8개주에 홍수가 발생해 50여명이 숨진 데 이어 연초부터 또다시 7개 주에서 집중호우와 만조가 겹치면서 홍수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시민들은 홍수 조기경보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고, 복구 작업마저 더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당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또다시 수도권에 홍수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폭우가 내릴 때마다 홍수가 발생할 판이다. 그 많은 정부 예산을 어디에 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와 산림벌채가 홍수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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