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짐칸에 실려 美 향하던 니카라과 임신부, 태아와 함께 숨져
40도 무더운 짐칸에 이민자 100여 명 실려…64명 당국에 구조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온도 40도가 넘는 찜통 같은 트럭 짐칸에 실린 채 미국으로 향하던 니카라과 임신부가 국경을 넘지 못하고 멕시코서 숨졌다.
7일(현지시간) 멕시코 이민청(INM)은 지난 5일 북부 코아우일라주 몽클로바에서 화물트럭에 실린 채 버려진 이민자들 6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트럭엔 니카라과 임신부 1명도 실려 있었는데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이튿날 숨졌다. 배 속의 태아도 숨진 채였다.
이민청에 따르면 이 트럭엔 100명 넘는 미국행 이민자들이 물도, 환기장치도 없는 짐칸에 갇힌 채 방치돼 있었다. 실내 온도는 40도가 넘었다.
숨진 임신부 외에 14명의 이민자들이 탈수증세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구조된 이민자들은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쿠바 출신으로, 어린이도 7명 있었다. 함께 트럭에 실렸던 다른 수십 명은 달아났다.
멕시코에선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각국 이민자들이 화물차 짐칸에 실려 이동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과테말라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당국에 들키지 않고 북부 국경까지 가기 위해 밀입국 브로커들에 의존한다.
브로커들은 돈을 받고 이민자들을 화물트럭 등에 욱여넣은 채 이동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대로 트럭을 버려둔 채 달아나곤 한다.
지난해 12월엔 멕시코 남부에서 이민자들을 가득 실은 트럭이 넘어지면서 그 안에 타고 있던 과테말라 등 출신 이민자 50여 명이 숨지는 등 비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 이민청은 "(밀입국을 돕는) '가이드'들이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이민자들의 목숨이 위험해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을 버린다"고 비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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