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美, 단독으로 러 원유금수 검토…"베네수 제재완화 저울질"(종합)
전문가 "한국·일본 뒤따를 가능성"…바이든, 유럽동맹과 통화 조율
블링컨 "유럽과 수입금지 논의"…美 의회에 관련 법안 제출돼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어도 초기에는 유럽 동맹의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소식통들은 미 행정부가 수입 금지에 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조처의 시기나 범위도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미 행정부는 수입 금지 가능성을 놓고 동맹과 긴밀히 접촉하는 한편 미국 내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프랑스와 독일, 영국 정상과 화상 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한다고 예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브렌트유에 이어 6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까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미 의회에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공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법안도 이미 의회에 제출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러시아를 국제경제에서 고립 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하원이 원유 수입 금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의 초당파 그룹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일 미 상·하원 의원과 화상 면담 때 이 같은 조처를 요청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럽과 수입 금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일 바이든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이 조처가 취해질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한 원유 공급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러시아 고립을 가속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생산·판매를 늘리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금지 제재에 대한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는 러시아의 동맹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로부터 러시아를 고립시키면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글로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원유 수출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하루 약 54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2018년 베네수엘라가 미국 정유사에 수출한 물량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금수 조처를 완화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로 인한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살인적인 독재자로부터 사들이던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를 더 생산하기보다는 또 다른 살인적인 독재자의 원유를 사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로 인한 손실량을 메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섣부른 관측이며 방문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원유 수입을 금지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에너지시장 정보 제공업체 'JTD 에너지 서비스 Pte'의 존 드리스콜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한국과 일본 같은 다른 미국의 동맹이 비록 취약성이 커지긴 하겠지만 미국의 수출 금지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옥죌 초강력 카드로 거론되지만 유럽의 높은 러시아 의존도 탓에 현실화하진 않은 상태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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