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강제검사·도시봉쇄 도대체 언제? 불확실성 계속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강제 검사와 도시 봉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불안에 떤 시민들의 사재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명확한 계획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당국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수 검사 시기·도시 봉쇄 규모 설왕설래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22일 3월 중 전 시민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코로나19 강제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고,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지난 일주일간 시민들의 '패닉 바잉' 광풍이 몰아쳤다.
정부가 생필품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음에도 여러 마트에서는 냉동식품과 쌀 등이 동났다. 급기야 한 슈퍼마켓 체인은 휴지와 계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일인당 구매 수량 제한을 발표했다.
그사이 강제 검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정점이 지난 후에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7일 HK01 등에 따르면 홍콩을 찾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 수장인 량완녠(梁萬年) 칭화대 교수는 지난 5일 취재진에게 "전수 검사는 분명히 효과적"이라면서도 "전수 검사를 하는 데는 시기와 기본적 조건의 문제들이 있다. 현 단계에서 홍콩이 전수 검사 역량과 자원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모든 확진자를 병원이나 격리시설에 격리해 바이러스 전파의 고리를 끊는 것인데, 홍콩은 현재 740만 시민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할 경우 발견되는 확진자를 모두 격리할 시설이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간 코윙만 전 홍콩 보건장관은 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가능한 한 빨리 9∼21일간 도시 봉쇄를 단행하고 전수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수 검사를 다음 달까지 미루면 홍콩은 사실상 '위드 코로나'가 된다"면서 격리 시설이 부족하니 도시 봉쇄를 통해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체로 중국 전문가들은 전수 검사를 빨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홍콩 전문가들은 현실적 여건을 들어 정점이 지난 4월에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맞서는 것으로 보였으나 그마저도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람 장관은 도시 봉쇄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지난 2일 "전면적인 대규모 봉쇄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6일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는 블로그를 통해 "전수 검사 이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폴 찬 재무장관은 블로그에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10∼20%의 인력만으로도 금융 시스템과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시 봉쇄를 해도 외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증시 등 금융권의 업무가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홍콩 엑소더스'는 이어지고 있다.
◇ "중국, 홍콩의 대응에 실망"
그 사이 감염자 폭증세는 이어져 2∼4일 사흘 연속 신규 감염자가 5만명을 넘으면서 6일 현재 누적 환자 47만여명, 누적 사망자 2천여명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사망자가 이달 들어 연일 150명 넘게 보고되면서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5일로 1차 백신 접종률 90%를 넘겼다. 그러나 80세 이상의 접종률은 이제 50%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당국은 코로나19 사망자의 90%가 백신 미접종자라며 요양원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에서 홍콩 사무를 총괄하는 한정 중국 부총리는 6일 홍콩·마카오 정협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 정부는 주체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고, 중앙 정부의 각 관련 부서와 지방 정부도 전력을 다해 홍콩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협 위원들은 SCMP에 "한 부총리가 '홍콩의 사립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거부한다는 보도를 봤는데 진짜냐'고 물었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SCMP는 "한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지침에도 홍콩이 5차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민간 분야에서 총력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실망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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