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우크라가 일깨운 민주주의 교훈 "평범한 시민이 진짜 영웅"
CNN "러에 맞선 우크라 시민들, 민주주의 잊은 미국에 큰 깨달음 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 전차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유럽 등지에서의 안정적 직장을 버리고 귀국해 전장으로 달려간 지원병, 총을 들고 전선에 나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테니스 스타….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크라인들이 미국인들이 잊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큰 교훈을 일깨우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의 피로써 민주주의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며 이 같이 진단했다.
한때 '자유의 등불'로 불렸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를 기점으로 민주주의 퇴조 현상을 보이는 미국에 우크라이나인들이 깨달음을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미국 역사상 민주주의의 가장 열렬한 신봉자들은 자유와 평등을 누리지 못했던 이들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우크라이나 역시 강대국의 횡포에 시달린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932∼1933년에는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조장한 대기근으로 400만명이 넘는 아사자가 나왔고, 2차 대전 때는 독일의 침공으로 7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있기에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이토록 폭넓고 강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특히, 화염병으로 러시아군 전차를 망가뜨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길을 막아 러시아 전차를 물러나게 하는 등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CNN은 강조했다.
서방의 해외 피신 제안을 거부한 채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저항을 이끄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발언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CNN과 한 인터뷰에서 세계적 찬사를 받는 상징적인 지도자가 된 소감을 묻는 말에 "나는 상징적이지 않다. 상징적인 건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자신은 그저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는 한 명의 국민일 뿐, 우크라이나인 모두가 뜻을 모았기에 서방 정보당국의 예상을 뒤엎고 저항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CNN은 정작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선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64%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답하는 등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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