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위한 용기"…5·18 세계에 알린 독 슈나이스 목사 추모
독일 하이델베르크서 장례식…정부, 문 대통령 명의 조화 보내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그는 진실을 위해 감내해야 할 때는 용감했습니다. 계속 싸우며 버텼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고(故) 파울 슈나이스 목사를 추모하는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독일 하이델베르크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부인 기요코 여사를 비롯해 일가친척과 독일 동아시아 선교회 관계자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감사를 전하며(In dankbarer Erinnerung)'라고 쓴 조화를 보냈고, 고경석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가 참석해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사위 페르난도 엔스 박사는 이날 추모사에서 "장인어른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일말의 시기 없이 다른 이들의 기쁜 일에 진심으로 기뻐했고, 이해심이 깊었고, 모두 외면할 때도 인내심을 보였다"면서 "그는 부당함에는 분노했고, 진실을 위해 감내해야 할 때는 용감했다. 지속해서 싸우며 버텼다"고 말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독일 동아시아 선교회 일본 파견 선교사로 일하며 유신 독재와 군부 정권에 저항하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지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973년 3·1 민주구국선언과 1974년 민청학련사건 관련 재판을 빠짐없이 참관했고, 1975년에는 해외 언론에 관련 자료를 전달, 군부독재의 인권 탄압 실상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1978년 12월 박정희 정권에 의해 입국 금지된 뒤에는 부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상황을 파악한 뒤 독일 NDR방송 도쿄지국 위르겐 힌츠피터 기자를 찾아가 광주 취재를 요청했고, 그 결과 5·18 민주화운동 영상이 세계로 알려질 수 있었다. 이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슈나이스 목사와 가족들은 200여 차례 한국을 오가며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한국정부에 모두 기증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부인과 함께 2011년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5·18기념재단으로부터 공로상을, 정부로부터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 국민포장을 받았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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