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못했는데 물가는 불안"
보험연구원 "물가 자극 안 하면서 경제 정상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국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민간소비를 회복하지 못했으면서도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보험연구원의 '팬데믹 이후 주요국 경제 회복의 특징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통계가 확보된 34개국(노르웨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 제외)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20개국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19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에는 34개국 중 아일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9년의 실질GDP를 100이라고 가정할 때 지난해의 값은 아일랜드가 121.9로 가장 컸고, 에스토니아(106.6), 리투아니아(105.0), 룩셈부르크(104.6), 이스라엘(104.1), 뉴질랜드(103.5), 한국(103.1), 폴란드(102.7)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실질GDP가 팬데믹 이전을 넘었지만 실질민간소비는 2019년 수준 아래에 머물렀다. 호주와 네덜란드 등 10개국도 민간소비 회복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비교 대상 34개국 중 미국, 덴마크, 이스라엘 등 9개국은 GDP와 민간소비 모두 2019년 수준을 벗어났다. 반대로,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12개국은 두 항목 모두 2019년을 밑돌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OECD 주요국은 GDP보다 민간소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각국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채를 많이 늘렸는데, 한국은 정부부채 증가 정도에 비춰 민간소비 회복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보다 정부부채가 적게 늘었는데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더 높은 국가는 스웨덴과 아일랜드 외에는 없었다. 일본, 독일, 네덜란드는 우리보다 정부부채는 더 늘었는데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더 부진했다.
민간소비 증가와 물가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스웨덴,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은 한국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더 높으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더 낮거나 비슷하게 유지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한국보다 낮은데도 물가 상승률이 같거나 더 높은 나라는 독일, 네덜란드, 라트비아 등 5개국에 그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소비 회복과 관련한 재정과 물가 여건을 국가 간 비교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때 우리나라는 재정 악화보다는 물가 불안을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면 물가를 가능한 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활동을 최대한 정상화하는 것이 정책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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