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홍콩 방역] ③ "더는 못 참겠다" 탈출 행렬

입력 2022-03-06 07:00
[우왕좌왕 홍콩 방역] ③ "더는 못 참겠다" 탈출 행렬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 증가…국제금융허브 위상 흔들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사회 기능이 서서히 마비돼가고, 강제 전수 검사에다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중국식 통제는 점점 더 강화될 조짐에 너도나도 홍콩 탈출에 나섰다.



◇ 공공서비스·대중교통 차질…은행·우체국 문닫아

환자 폭증으로 의료체계는 물론이고, 사회의 전반적 기능이 하나둘씩 마비되고 있다.

기사 부족으로 버스, 지하철, 페리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5개 버스 회사의 104개 노선이 오는 16일까지 운행 중단을 발표했고, 지하철은 러시아워를 제외한 시간의 배차 간격이 10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페리도 여러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시중 은행과 우체국의 대부분 지점이 문을 닫았고, 법원은 7일부터 한 달간 대부분의 심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들이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행정 서비스도 지연되고 있고, 온라인 상품 배송은 인력 부족 속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미장원도 문을 닫았고, 마트와 재래시장의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있다.

그에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1월 7일부터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 금지, 유흥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내려졌으며, 등교수업도 중단됐다.

2월 10일부터는 공공장소에서 3인 이상 모임 금지와 함께 사적인 장소에서도 세 가족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방역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2년 넘게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진 상황에서 사회의 여러 서비스까지 하나둘씩 멈춰서면서 시민의 피로와 불만은 임계점에 달했다.



◇ 2월 순 출국자 7만명 급증…"강제검사 전에 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홍콩 이민국(입경사무처) 자료를 인용, 2월 한 달간 9만4천305명이 출경하고 2만2천681명이 입경해 순 출경자가 코로나19 5차 확산 이후 최대인 7만1천354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순 출국자 수는 각각 1만6천879명과 1만5천252명이었는데 급증한 것이다.

홍콩 정부가 이달 중 740만 전 시민에 대해 3회에 걸쳐 강제 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강제 검사 기간 도시 봉쇄가 병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외국인들의 홍콩 탈출이 시작됐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홍콩을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국무부는 "코로나19와 부모·자녀가 분리될 수 있는 위험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제한으로 인해 홍콩으로 여행하지 말라"며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분리된 채 퇴원 요건을 충족하기 전까지 따로 격리되는 경우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된 11개월 영아가 병실 부족 속 부모와 분리된 채 일주일 넘게 격리 치료를 받아 공분이 일어난 사례 등을 거론한 것이다.

국무부는 또한 "홍콩 여행자들은 코로나19 강제 검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도 경고했다.

SCMP는 홍콩 주재 스위스 영사관이 오는 7일 홍콩에서 취리히로 떠나는 전세기를 마련하고 자국민을 상대로 탑승 예약을 받고 있으며, 홍콩 주재 독일 상공회의소는 자국 주재원과 가족의 이송을 위해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 교민 사이에서도 귀국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사이트 에어포털에 따르면 이달 2일과 4일 홍콩발 인천행 대한항공의 좌석 점유율은 각각 75.1%, 60.2%이다.

이는 1월 한 달간 홍콩발 인천행 대한항공의 전체 좌석 점유율(27%)의 두 배 이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강제 검사 계획이 발표된 2월 22일부터 닷새간 모든 홍콩발 항공권 구매가 2월 전체 항공권 구매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20년 넘게 사는 교민 류모 씨는 "강제 검사한다고 하니까 이미 많은 사람이 한국으로 피신 갔다"고 말했다.

홍콩 이주컨설팅회사 REPS의 제이슨 대표는 "지난달부터 국제 이사 건수가 평소 대비 7배 늘었다"며 "강제 검사, 도시 봉쇄 계획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사람들이 이사 날짜를 그에 맞춰 계속 조정하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무조건 검사와 봉쇄 전에 홍콩을 떠나야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강제 검사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끼지만, 확진돼 격리 시설에 수용되는 것을 가장 크게 두려워한다.

일부 홍콩인들은 이웃 나라 싱가포르로 '대피'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홍콩발 여행객은 7천931명으로 전달보다 88% 증가했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떠나는 많은 이들은 일시적으로 강제 검사를 피하려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이주를 추진하는 이들도 있다"며 "싱가포르의 학교들에는 홍콩 학부모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 1년간 홍콩 거주 EU 주민 10% 넘게 떠나

홍콩은 지난 2년간 입국자에 대해 14∼21일간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했다.

이러한 제약에 이미 많은 외국인 고급 인력이 홍콩을 등지면서 아시아의 국제금융허브라는 홍콩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홍콩은 지난 1월 코로나19 5차 확산이 시작되자마자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8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등 국경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홍콩 주재 유럽연합(EU) 사무소는 지난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홍콩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1년간 현지 거주 EU 주민의 10% 이상이 홍콩을 떠났다고 밝혔다. 또 일부 유럽 기업들은 아시아 본부를 홍콩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다며 방역 정책 완화를 호소했다.

REPS의 제이슨 대표는 "홍콩 이사업계에서는 지난 한 해 국제 이사 건수가 최근 7년 치 전체보다 많았다고들 한다"며 "홍콩의 방역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듯하다"고 말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홍콩에 있는 한국 교민의 수는 6천873명이다. 코로19 이전인 2019년까지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의 수는 1만8천명 규모를 유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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